신중현 <님아>, 그리고 김소월 <금잔디>

신중현이 쓴 곡 <님아>의 리듬과 가사에서는, 절제된 듯 반복되는 단순 또렷한 기타 음, 당대의 최고 걸그룹이라 할 배인숙·배인순 두 자매의 탁월한 곡 소화 능력이 절묘하게 만난다. 신중현은 반복적인 노래 가사에 매력적인 리듬을 결합해내는 탁월한 장인이다. 펄 시스터즈의 목소리로 <님아> 가사를 들어보면 (여기 클릭) 멀리 떠난 내님아 언제나 돌아오려나나의 사랑 내님아 언제나 돌아오려나둥근 달이 떠오르고 또다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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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태양의 묘지」 ― 삶은 진정 더 나아지는 것일까?

2010년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가 운영하는 서울시네마아트에서 ‘오시마 나기사(大島渚) 회고전’을 열었다. 국내에서 그의 영화란 「감각의 제국」(그것도 삭제판) 말고는 만날 수가 없었기에, 22편의 작품을 상영하는 이 기회가 마지막이나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잊지 못할 한 편을 꼽으라면 눈물을 머금고 다른 수작들을 제치고서라도 「태양의 묘지(太陽の墓場)」(1960)를 들겠다. 그리고 이 강렬한 영화의 전반을 이끌고 나갔던 한 여인 하나코(花子)를 잊을 수 없다. 오사카 부둣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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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보 선언>

이장호 감독이 1983년에 내보낸 영화 <바보 선언>을 인터넷으로 보았다. 기대한 만큼의 충격은 없었지만, 1980년대의 사회상 한 편을 영상으로 담아내면서, 대사가 거의 없이 어린이의 멘트로 지속되는 전개도 색다르고 잔잔했다. 떠돌이 절름발이 동철(김명곤)과 택시 기사 육덕(이희성), 가짜 여대생이자 몸 파는 여인 혜영(이보희)의 참신한 연기를 보는 게 흥미진진했다. 혜영 주변에서 먹고 살 길을 찾아 헤매면서 혜영을 떠나지 못하고, 결국 상류계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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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하는 힘

회고하는 것이 힘을 불러일으킨다는 믿음을 루쉰(魯迅)의 소설 <고향>을 읽고 나서 가져본다. 20여 년의 방랑 생활 끝에 모처럼 찾은 고향은 생각처럼 정겹고 활기찬 곳이 아니었다. 어린시절 새를 잡고, 조개를 줍고, 수박밭에서 오소리 사냥을 하는 법을 가르쳐주던 루쉰의 집 달머슴 아들이던 윤토는 가렴주구하는 지방 토호들의 세금과 끝 없는 노동에 시달려 깊은 주름에 얼굴이 상하고 늙었다. 루쉰의 커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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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을 읽고-운과 맞서 싸우는 인간

군주가 공화국을 다스리는 원칙에 대해 마키아벨리가 정리한 내용을 읽다 보면 정치인은 일종의 배우 같은 삶을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왜 그럴까 따져보면, 소박한 삶을 허락받지 못하는 운명을 타고 났을 뿐 아니라, 타인의 안전과 번영을 위해 매우 부지런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코 자신만을 위해, 자기의 욕구만을 채우기 위해 살 수는 없으며, 군주의 목숨은 타인에게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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