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니오 모리코네 음악은 아련히 내 가슴에 남으리

엔니오 모리코네 선생께오서 세상을 뜨셨다. 만으로 91년을 살다 갔다고 하니 그래도 시대의 우여곡절은 다 겪었으리라. 나는 가끔 생각한다. 인생 70세만 넘기고 그 전까지 뭔가 만족할 만한 성과를 이룬다면 축복이라고. 영화음악의 클래식 거장이 이 시대 속에 사라짐을 아쉬워한다.

그의 영화음악 중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Once upon a time in the West)>의 사운드 트랙 하나가 특별히 내 가슴에 박혀 있다.

어린 시절 방바닥에 누워서 카세트로 듣던 그 테이프는 내 친구가 라디오 영화음악 프로그램에 나오는 걸 녹음한 것이었고, 그 당시엔 제목도 모르고 그냥 들었다. 어린 감수성에도 마치 바닷속 저 깊은 곳에 내가 누워 있고 건너편 동굴 속에서 신비로운 인어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언젠가는 나도 그런 곳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짙고 미묘한 원초적 향수를 불러일으킨 그 음악.

이것이 그 유명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감독 세르지오 레오네의 두 번째 연작 <옛날 옛적에 서부에서>에 등장한 것임을 안 것은 아주 오랜 시절이 지나 또다시 방바닥에서 CD를 들으면서였다. 그리고 유튜브를 검색해서 확인했다.

엔니오의 친구 세르지오 레오네는 세 번째 연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러시아(Once upon a time in Russia)>를 만들 계획이었는데 그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는 미국의 서부 개척사의 뿌리 깊이 박힌 어떤 비극을, 비밀을 끄집어내는 것 같다.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 찰스 브론슨의 인상 깊은 연기도 생각난다. 영화 마지막에 철도 공사 하는 인부들에게 클라우디아가 물 떠다주면서 끝났다.

그 영화의 아련한 주제음악은 내 가슴에 영원히 남으리.

[2020.07.06,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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