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한 대법원 파기환송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와 상관 없이, 나는 이번 유죄 취지 파기환송 선고는 대법원장이 직권을 남용하여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유권자의 정치적 선택을 제한한 심각한 반민주적 사건이라고 규정한다.
이재명 후보 발언의 허위사실 여부 문제에서, 유권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성남시장 재직 시절에는 김문기를 몰랐다”이다. 일반 유권자의 관점에서는 수사와 감사를 받던 대장동 사업 실무 담당자의 죽음 이후, 이재명 후보의 이 발언이 가장 선명하게 귀에 들어와 박혔을 것이다. 그런데 1, 2심, 그리고 대법원 전원합의체까지도 이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즉, 인식에 관한 부분은 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 끝난 거지. 나머지 부분, 즉 골프를 쳤느니 안 쳤느니, 백현동 용도 변경 과정에서 국토부의 ‘협박’을 받았느니 안 받았느니 하는 부분은 부수적인 쟁점이고 정치적 공방과 비판에 맡겨져 유권자들이 평가하면 그만이다.
2심 재판부가 ‘골프를 친 것처럼 조작된 사진’이라는 이재명 측의 주장에 받아들여질 여지를 인정했던 것은 증거로 채택할 수 없는 사진이라는 판단이다. 그리고 백현동 용도 변경 관련 ‘협박’ 발언은 사실 선거법 위반으로 다룰 ‘깜’도 안 된다. 유권자의 관점에서는 ‘협박? 그랬을 수도 있겠네. 뭐, 협박으로 느낄 만한 압력이 있었나 보지’ 정도로 평가된다. 그냥 주관적인 평가에 맡겨지고 정치적 공방과 비판 속에서 걸러지면 그만인 것이다. 그런 발언들을 법으로 처벌한다는 건 지나치게 선거권자의 정치적 선택의 자유, 피선거권자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다.
그런데 대법원이 상고심 재판부를 배당하자 마자 바로 조희대 대법원장이 전원합의체를 ‘직권’으로 소집했다. 그리고 9일 만에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해 버렸다. 파기환송을 할 정도라면, 특별한 이유나 설득력이 있어야 할 텐데 TV 앞에 앉아서 끝까지 선고 요지를 들어보니 그냥 1심 판결로 되돌리겠다는 일방적 선언에 불과했다.
2심 판결이야말로, 내가 느끼기에는 이재명 발언의 전체적인 평가와 공소 사실의 정리를 통해서 비생산적인 논란을 끝내고 앞으로 나아간 판결이다. 대법원이야말로 이재명 후보의 지난 대선 당시 발언을 무슨 텍스트처럼 분석해서 무슨 해석학 연구하는 듯한 태세로, 그 결과를 1심으로 역행했다. 대국민 설득력을 지닐 만한, 어떤 최고 심급 법원으로서 판단을 제시해야 할 것 아니냐. 그런 게 전혀 없더라고.
대법원장이 전원합의체를 소집해서 도대체 뭘 한 거냐? 내란 사태로 조기 대선을 치르는 마당에, 숱하게 언론 보도로 다 알려진 사건을 두고 노골적으로 그렇게 판결을 해버리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 대해 1, 2심 재판부가 독립적으로 판결을 할 수가 있겠나. 대법원 소부에 배당된 사건을 그대로 놔두고 스스로 판단하게 했어야지, 그 재판권을 전원합의체로 끌고 가서 피선거권 박탈 가능성을 높이면 그게 선거의 공정성을 침해하는 짓이지. 그러다가 파기환송심에서 피선거권 박탈 형량이 나오고 민주당이 대선에 참여하지 못하고 자동으로 국힘 김문수나 한덕수가 차기 대통령이 되면, 그거야말로 민주주의 선거 과정을 무력화하고 형해화하는 짓거리지. 누가 대법원한테 그런 권한을 맡겼냐? 대법원장이 비현실적이고 일방적인 6.3.3이라는 선거법 위반 사건 처리 규칙을 내세워가지고, 파기환송 재판부에다 떠넘긴 다음 ‘너희가 처리하라’고 압력 넣는 것 아니냐.
이 사건은 대법원장이 2심 판결 재판부, 대법원 상고심 소부, 아울러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독립적 재판권을 직권으로 침해하고 압력을 행사한 사건이고, 선거의 공정성을 침해하고, 내란 사태 이후 선거 과정 자체를 형해화시킬 가능성을 내비친 심각한 직권 남용 사건이다. 따라서 대법원장이 사퇴하거나, 수사를 받아야 할 것 같다. 안 그래도 공수처에 고발되었더만. 그 고발은 난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파기환송심에서 벌금 100만 원 이하가 나오느냐, 아니냐는 부수적인 문제이다. ‘결과만 다행이면(?) 과정이 어떻든 상관 없다.’라는 주장은 민주주의 절차와 과정에 위배되는 독단이고 권력의 남용이다. 삼권 분립을 가장한 삼권 분립 침해이다.
선거에 참여하는 시민들 또한 표로 심판을 해버릴 필요가 있다. 어떤 특정 정치인을 수사로 기소로 엮어서 재판을 다섯 개씩 걸어놓고 계엄을 선포하고 내란 폭동을 일으킨 다음, 파면되니 내란 수괴의 대행으로서 대통령 지위 놀음을 벌이고, 헌법을 제멋대로 거스르고, 감당이 안 되니 아예 대선판에 뛰어들고, 탄핵을 스스로 자초해 놓고 감당이 안 되니 사퇴해 버리는 세력들을 압도적으로 심판해 버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