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밤 뉴스 속보를 보고 정말 충격을 받았고 믿기지 않는 일이지만, 이번 비극은 확실히 막을 수 있었다고 본다. 매뉴얼 불충분, 주최자 불분명,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는 건 책임 회피용밖에 더 되겠나.
내려오고, 올라가고, 지나가고, 집에 가고, 이제 막 놀러 오는 온갖 부류의 사람들이 그 좁은 골목길에서 뒤섞인다는 상황 자체가 이미 대형 사고의 시작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인파의 밀집 상황에서 어떻게 사람들에게 평정심을 기대하고 대처할 수 있겠나. 죽을 것 같은 당시의 공포 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다. 어떻게든 빠져 나가려고 자칫 밀게도 되고, 밀리기도 하고, 필사적으로 탈출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고 짓눌린 사람들이 결국 죽고 다쳤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못하게 미리 대비하는 게 중앙정부, 지자체, 경찰의 책임이다. 그것이 전제되지 않는데 어떻게 시민들과 이태원 행사장의 민간 인력에게 협조를 구할 수 있겠냔 말이다. 이미 코로나 방역 완화에 익숙해진 상황에서 이태원에 10만여 명 가까이 몰려든다는데 뭘 믿고 통행 안내나 적절한 이동 통제가 없을 수가 있느냐는 거다. 중고생, 대학생, 취업 준비생, 머나먼 타국 땅에서 온 이들, 그 밖에 수많은 사연 많은 목숨이 희생되었다. 너무도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다.
담당 장관인 행안부 장관이 평소에 좋은 평가를 받아도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 자체만으로도 사퇴할 수 있다. 그런데 현직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월권적 경찰국 설치, 지난 서울 강남 지역 폭우 참변 이후 많은 사람들의 심기가 거슬리고, 하는 일마다 지금처럼 문제가 생기고 있다. 경찰국 설치해서 이번에 경찰의 치안과 안전 관리 업무에 뭘 지원했으며, 폭우 참변에 무슨 교훈을 얻었길래 이런 비극이 발생하냔 말이다. 마침내 이번 대참사 후에도 또다시 문제적 발언으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무책임과 무능만 계속 폭로되고 있다. 반드시 사퇴하길 바란다. 이것은 새출발의 최소 조건이고 피해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물론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가 있어야 할 것이고, 서울시장, 용산구청장, 경찰청장 모두 책임질 일이 생길 것이다.
이럴 때마다 되뇌는 교훈: 어떤 사건이나 비극은 항상 어떤 방향을 지시해 주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면 불행을 피하거나 줄일 수 있지만, 그 방향을 거스르면 더 큰 비극이 온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