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 검찰총장 직위 던지고 나와서 어쩌다 대통령까지 하게 된 오늘날의 기이한 상황. 종종 생각하는데, 과연 검사 출신 정치인에게 기대할 만한 자질이 있냐는 거다. 아마도 있다면 인간에 관한 어떤 이해나 통찰 같은 것.
검사는 온갖 인간 군상의 ‘범죄’ 실상을 다룰 텐데, 그러다 보면 범죄를 둘러싼 숱한 인간 조건과 상황에 부딪히게 되고 그 경험 속에 단련된 검사라면 사회와 인간에 관한 남다른 깊은 이해와 관점이 생겨야 하지 않느냐는 거다. 그런 자질이나 덕목이 없다면 한국의 검사 출신들은 앞으로 정치를 하지 말고 제발 다른 길로 가길 바란다. 그냥 수사에서 성과 내고 ‘법과 원칙’만 내세우면서 승진하고 출세하는 엘리트 집단의 일원으로 살아온 사람들이 사실 얼마나 타인의 아픔과 고통에 동참할 수 있겠느냐는 거다.
그러니까 검사가 옷 벗고 정치하려면 적어도 ‘범죄’라는 인간의 속성에서 나름대로 깨우친 깊은 이해, 거기에서 오는 사회에 대한 이해 수준이 높아야 한다. 법률과 처벌 원칙과 적용 기술에 능숙한 사람이 곧 정의의 수호자는 아니라는 거지. 검사 출신 대통령 윤석열은 그런 의미에서 정치 경험 전무함을 보완해 줄 만큼 검사 경험 속에서 단련된 인간 이해와 통찰력이 발견이 안 된다. 윤석열뿐이랴. 검사 출신 정치인들이 뭔가 대중을 감화시킬 만큼 인상을 깊게 남긴 적이 있느냐는 거다. 문재인 정권 검찰 개혁에 비판적이던 사람들이 정권을 잡더니, 검사에 대한 신뢰는 오히려 좀 안 생기네.
윤석열은 어려움을 무릅쓰고 검찰총장 임기를 마치고 다른 길을 가든지 60세 넘어 정치를 하더라도 제대로 된 코스를 거쳤어야 한다. 그런데 전두환이 그래도 정치는 잘했지 않느냐면서 난리 치더니 대통령 되고 나서 용산으로 덜컥, 경찰국 설치 덜컥, 일선 경찰들의 비판적 움직임에는 국가기강 문란 발언 덜컥, 이렇게 덜컥덜컥 사람들을 놀래키기만 하네.
한때 윤석열을 검사로서 좀 응원하던 때가 있었는데, 대통령 선거운동 하는 거 보면서 완전 기겁을 했고, 요즘은 그저 황당할 따름이다. 아직도 주 120시간 철학자 윤석열을 심정적으로 우회적으로 지지하는 자칭 자유주의 좌파들이 있다면 늦기 전에 반성하고 미련한 오류의 굴레방 다리에서 빠져 나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