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투표일 3일 전: 평등 의제, 외교·안보·국방 의제

소득·자산 불평등 문제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기본소득론을 갖고 있다. 논란이 있는 정책이라 해도 그 방향성 자체는 평등 의제를 겨냥한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기저에 깔린 핵심 의제가 경제적 평등인데 언론이 부각하지 않거나 못했던 게 사실이다. 팬데믹 이후 국내외적으로 평등 문제가 부상할 텐데 정책 담론을 갖고 있는 것과 아닌 것은 큰 차이다. 한국적 상황에서 기본소득론 연구하고 소개한 강남훈 교수의 <신동아> 인터뷰를 미리 검토해둘 필요가 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복지 강화 면에서 참조해 볼 지점이 있다.

또한 지난 5년간 경험했고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한층 중요해진 한반도 평화체제 공고화 문제도 절실하다. 이 문제도 이재명-민주당 쪽에서 노무현 정부 이후 자주국방·자주외교 측면에서 축적된 부분이 더 많아 보인다. 즉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국방 정책을 보완하고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민주당이 더 준비되어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윤석열의 서투른 선제 타격 발언, 사드 추가 배치 발언과 지나친 대미 편향 힘의 외교 안보론에 매몰되어 후보의 나이브함을 해명해주고 다소 억지스런 논리를 구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래 <경향신문> 기사를 참조하면 판단할 수 있다. 물론 한반도비핵화 과정, 군비경쟁 축소라는 전제는 별도로 다뤄져야 한다.

흔히 말하는 대통령의 국정철학에는 경험과 역사의 축적물에 현안에 대한 구체적 판단이 녹아들어 엑기스를 형성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논란과 갈등을 겪더라도 통합의 방향으로 나아갈 갈 중심이 서게 된다. 그 노선에 동의하든 안 하든, 비판적이든 지지를 하든.

윤석열 후보는 정권교체론과 시대정신을 같은 층위에 놓는 오류에 빠져버렸다. 그래서 시종일관 현 집권 정당과 문재인 정부에 대한 네거티브에만 치우치고, 안 먹힌다 싶으면 더 거친 언사로 일관했다. 부동산 가격을 일부러 올렸다는 음모론적인 주장도 거리에서 서슴지 않았다. 그런데 TV 토론에서는 거리 유세에서 하던 그런 주장을 거의 하지 않았다. 여기에는 검사 엘리트 출신 윤석열 후보가 유권자 대중을 바라보는 이중적 시선이 반영되어 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른 것은 금리 인하에 따른 자금 유동성 증가와 기득권 투기 세력의 시세 개입 행태, 수도권 중심의 주택-인프라 개발 정책으로 인한 한국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병폐가 누적되어 나타난 현상이다.

5년마다 정권은 교체될 수도 있고 연장될 수도 있을 뿐이다. 정권교체 자체가 어떻게 시대정신이 될 수 있단 말인가. 너무 막연하고, 관념적이고, 추상적이고, 일방적이다. 이번 대선, 그냥 이재명으로 쭉쭉 가라.

기본소득론 <신동아> 인터뷰: https://shindonga.donga.com/List/3/all/13/3228181/1

“이재명式 기본소득으로 빈부격차 줄여야 국가 성장”

李 후보 ‘책사’ 강남훈 한신대 교수

● 2015년 ‘성남시 청년배당’ 모델 연구
● 李 후보 ‘기본소득’ 공약 구체화
● 탄소세는 세계적 흐름, 배당 필요
● 시뮬레이션 결과 중산층은 덜 내고 더 받아
● 전 국민 토론 거쳐 세액·세율 결정해야

강남훈 한신대 교수. [지호영 기자]

강남훈 한신대 교수. [지호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공약 가운데 논란의 정점에 있는 안(案)을 꼽으라면 단연코 ‘기본소득’일 것이다. 기본소득이란 말 그대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에게나 국가가 기본으로 지급하는 지원금을 칭한다. 이 후보는 지난 2월 11일 임기 내 연 100만 원의 전 국민 기본소득 지급 추진 공약을 포함한 ‘10대 공약’을 중앙선관위에 제출했다.

기본소득 공약과 관련해 민주당 선대위는 “‘경제적 기본권 보장과 청년기회국가 건설’을 주제로 대통령 직속 기본소득위원회의 공론화를 거쳐 국민 의사를 수렴하고, 연 25만 원으로 시작해 임기 내 연 100만 원으로 확대하는 전 국민 보편기본소득 지급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가 당선할 경우 기본소득 도입은 기정사실화되는 셈이다.

7년 전 ‘성남시 청년배당’ 연구 용역 맡아

이 후보는 성남시장 재직 시절부터 기본소득 도입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주장해 왔다. 그러면서 기본소득 모델을 선제적으로 적용했는데, 2016년 도입한 ‘성남시 청년배당’이 바로 그것이다. 성남시는 2016년 기준으로 성남시에 주민등록이 돼 있고, 최근 3년 이상 거주한 만 19~24세 청년에게 분기별로 25만 원씩 연 100만 원을 지급했다. 이후 이 후보가 2018년 경기도지사에 당선되면서 성남시 청년배당은 이듬해 ‘경기도 청년기본소득’에 편입됐다.

이 후보의 청년배당 및 청년기본소득안을 설계한 인물은 강남훈(65)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다. 강 교수는 2015년 성남시로부터 ‘청년배당 실행방안 연구’ 용역을 맡아 진행했다. 성남시는 강 교수의 연구 보고서를 토대로 청년배당을 도입했다.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인 강 교수는 주로 소득과 자산의 재분배에 따른 파급효과와 복지국가 모델을 연구해 왔다. 이와 관련해 ‘기본소득의 쟁점과 대안사회’ ‘기본소득과 정치개혁’ ‘분배정의와 기본소득’ 등 여러 책과 논문을 썼다. 10여 년 동안 기본소득에 대해 연구해 오며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의 기틀을 잡은 강 교수를 만나 기본소득의 원류와 쟁점, 오늘날의 대한민국에 기본소득 도입이 시급한 이유에 대해 들었다.

2000년대 후반 한국에서 기본소득 도입을 처음 주장했다. 계기가 있나.

“독일의 기본소득운동을 논의하는 학회에서 처음 기본소득을 알게 됐다. 우리나라는 국민의 조세 부담률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가장 낮다. 국민이 납부하는 세금에 대한 혜택을 느끼지 못하니 중산층은 ‘세금만 내고 받는 게 없다’고 생각한다. 세금을 많이 내면서 복지도 높은 수준으로 하는 나라가 되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 계기가 된 정책이 기본소득이다.”

강남훈 교수가 토지보유세에 따른 기본소득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저소득층 및 중산층은 납부액보다 기본소득으로 받는 지원금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훈 교수 ]

강남훈 교수가 토지보유세에 따른 기본소득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저소득층 및 중산층은 납부액보다 기본소득으로 받는 지원금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훈 교수 ]

기본소득은 현재까지 어느 나라에도 도입되지 않은 복지 모델이다. 그만큼 사회적 합의가 어렵다.

“전체는 아니지만 지역적으로 도입한 나라들이 있다. 미국 알래스카주에서 시행하고 있고, 스위스에서는 탄소세 적용으로 중산층 및 저소득층의 기름값과 전기료 부담이 커지자 탄소세 세수 65%를 기본소득으로 나눠주는 ‘탄소기본소득’ 정책을 도입했다. 또 캐나다는 탄소가 발생하는 거의 모든 상품에 2030년까지 세금을 부과한다는 목표로 탄소세율을 정하고, 탄소세 수입의 90%를 기본소득으로 나눠주고 있다. 스위스는 배당이 적고, 캐나다는 지금은 배당이 적지만 차츰 커지게끔 설계돼 있다.

만일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도입되면 전 국민 연 100만 원, 부문별 100만 원 수준으로 규모 면에서 가장 큰 나라가 될 것이다. 세계 최초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나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스위스와 캐나다는 ‘기후 재난을 막아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가 있어 국회에서 탄소배당 안건이 쉽게 통과됐다. 반면 프랑스는 2014년 탄소세가 도입됐지만 2030년까지 세율을 올린다는 계획에 따라 휘발유 가격이 인상되자 2018년 노란 조끼 시위로 인상안이 철회됐다. 결국 탄소배당 성격의 기본소득 지급 없이 탄소세만 부과할 경우 우리나라도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외국에서는 기본소득에 관한 연구와 실험이 어느 정도 진행됐나.

“미국과 영국에서는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기본소득 실험은 눈여겨볼 만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톡턴시에서 페이스북(메타) 공동창업자 크리스 휴즈 등 벤처기업가가 재원을 기부해 실험했는데 성과가 좋았다. 2019년 시에서 무작위로 선정한 주민 125명에게 18개월 동안 매달 500달러의 기본소득을 줬는데 지급한 지 8개월이 지난 시점에 조사한 결과 수급자의 2%만 구직을 단념했고 나머지는 더 나은 일자리를 구하는 데 기본소득을 사용했다. 의학계에서도 ‘기본소득을 주면 아이가 똑똑해질까?’를 놓고 연구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은 기본소득 관련 실험이 늘어나고 있다. 영국도 스코틀랜드에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지난해 기본소득 세계총회가 스코틀랜드에서 열렸다. 우리가 기본소득 도입에 앞서 참고할만한 사례는 굉장히 많다.”

기본소득 도입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는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기본소득에 따른 1인당 소득 재분배 효과를 한 사람만 보면 크지 않다. 그러나 5000만 명이 기본소득을 다 받으면 소득 재분배 효과가 분명히 있다.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저소득층 및 중산층은 내는 세금보다 받는 기본소득이 더 많았다. 낼 때는 소득이 줄어들지만 받으면 소득이 늘어나는 셈이다. 반면 고소득층은 내는 세금이 더 많아지는데 그에 따라 고소득층 소비는 줄어들 걸로 보인다. 기본소득으로 파생된 국민 소비는 거시적으로 내수 진작 효과가 기대된다. 특히 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상공인 매출이 많이 늘 걸로 보인다. 동네 가게에서 지출하면 부가세 10%가 다시 환수될 테고 소상공인 소득세가 늘어나면 그만큼 세금도 더 걷힌다.”

이 후보가 구상하는 기본소득 실행안에 따르면 지급 대상별로 차등 지급된다고 알고 있다. 연령별, 지역별로 얼마나 받나.

“기본소득을 한꺼번에 모두 높게 줄 수는 없지만 연령과 지역에 따라 차등 지급을 고려하고 있다. 1인당 연 100만 원이 지급되는데 25만 원은 기존 예산에서, 나머지 75만 원은 토지배당 및 탄소배당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연령별로는 18세 이하 연 120만 원, 19~29세는 연 100만 원 추가 지급한다. 65세 이상은 하위 70% 이하로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100%로 늘리는 안을 논의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농촌기본소득 읍면 단위 주민 연 50만~100만 원을 추가 지급할 예정이다. 탄소세, 토지보유세 등 증세를 통해 지급되기 때문에 모두가 만족할 만큼 충분히 지급하기 어렵다. 다만 일부 계층에 의미 있게 지급하는 것이 단계적으로 나아갈 방향이다.”

전 국민 토론으로 합의 가능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을 설계하는 데 중심 역할을 했다. [지호영 기자]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을 설계하는 데 중심 역할을 했다. [지호영 기자]

강 교수가 설계한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에 따라 연령별로 기본소득 수령액을 나눠 보면 18세 이하는 연 220만 원, 19~29세는 연 200만 원(농촌거주자 300만 원), 30~64세는 연 100만 원(농촌거주자 200만 원), 65세 이상 연 460만 원(농촌거주자 560만 원) 지급이 예상된다. 재원은 국토보유세 연 30조 원, 탄소세 연 10조~20조 원을 통해 마련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여기에 지출 조정으로 25조 원을 확보하고, 나머지는 소득세 공제활용 및 중앙정부와 시·군 분담 등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기존에 없던 세금을 내야 하고, 지출 조정으로 변화를 맞는 등의 불편은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이에 따른 사회적 갈등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세부담이 증가하는 국민, 세부담 없이 기본소득을 추가로 받는 국민의 의견이 달라 충돌이 예상된다.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까.

“설득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소득불평등이 너무 심하다. 부자의 세금 부담률은 선진국 대비 낮다. 그렇다고 기본소득 재원을 소득 상위 10%에게만 걷자고 하면 반발이 클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제임스 뷰캐넌은 보수주의적 재정학자인데, ‘부자라고 해도 아무리 높은 세금이라도 전 국민이 똑같이 낸다면 참지만, 아무리 낮은 세금이라도 자기만 낸다면 참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좋은 정책이라도 부자들만 벌 받는 느낌을 받는다면 옳지 않다. 따라서 모두가 내고 모두가 받는 형태로 기본소득을 설계했다. 중산층은 기존에 비해 늘어나는 세금이 많지 않고, 결과적으로 기본소득을 더 받기 때문에 정책에 찬성할 여지가 있다. 무엇보다 국민 모두가 정책을 제대로 알아야 하는데, 거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대선 전에는 지지하는 후보가 다르기 때문에 차분하게 설득하기 어렵다. 선거가 끝난 후 토지배당, 탄소배당을 놓고 전 국민 토론을 6개월 정도 하면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공론 토론의 순기능만 보는 것 아닐까.

“그렇지 않다. 이미 공론 토론을 몇 차례 했다. 탄소배당의 경우 토론하고 나면 찬성률이 80%까지 올라간다. 토지배당은 저항감이 높고, 찬성률이 현재 40%밖에 되지 않아 국민 합의가 어려울 수 있는데 이 역시 두 차례 토론 이후 찬성률이 올라간 걸 보면 종국에는 실현되리라고 본다. 다만 토론 과정에서 세율과 지급액수가 줄어들 수도 있다. 아무리 지구를 위한다고 해도 10만 원 나오던 전기요금이 다음 달 갑자기 15만 원으로 오르면 견디기 어렵다. 그런데 4인 가구에 탄소배당을 1인당 5만 원씩 지급한다면 월 20만 원을 받는데, 탄소세를 월 5만 원 더 내고 15만 원을 더 받는 셈이니 참을 만할 것이다. 이러한 탄소배당 순수혜 가구는 60~70%로 예상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탄소배당 액수는 국민 합의에 따라 적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이들은 재정파탄을 우려한다. 문제가 없을까.

“재정이 파탄 날 수준의 설계가 전혀 아니다. 세금을 늘리는 방식이 탄소배당, 토지배당으로 두 가지인 데다가 국민 동의 과정을 거칠 예정이기 때문에 시행에 따른 문제는 없을 것이다.”

지급되는 방식도 현금과 지역화폐 중 어느 쪽이 합리적일까.

“반반 정도면 어떨까 싶다. 예를 들어 농어촌은 지역을 살리는 데 목표가 있으니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것이 좋다. 현재 아동수당은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는데, 연령대를 높여 만 18세까지 기본소득도 현금으로 주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의 경우 포인트 형식으로 지급됐는데 소상공인 매출 효과가 매우 컸다. 여러 지원금에 대한 국민적 이해도가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공론 토론회에서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면 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직속 기본사회위원회가 지난해 11월 18일 서울 여의도 소통관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가졌다. 왼쪽부터 고문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 공동위원장 우원식 의원과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직속 기본사회위원회가 지난해 11월 18일 서울 여의도 소통관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가졌다. 왼쪽부터 고문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 공동위원장 우원식 의원과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뉴스1]

美·英 불평등 줄여 선진국 도약

기본소득의 목적은 심화된 불평등을 줄이는 데 있다. 강 교수는 기본소득 정책 실현을 통해 “각자 기여한 것은 각자가 갖고, 그렇지 않은 나머지는 서로 나누는 나라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자 그는 “사람들이 내가 노력해서 번 소득은 모두 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에 태어났기 때문에 그만큼의 돈을 벌어들였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며 국민의 마인드가 바뀌길 소망했다.

10여 년을 기본소득 연구에만 매진해 왔다. 이루고자 하는 바가 있었기 때문인가.

“미국 부자들은 ‘내가 부자가 된 것은 미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신 쌓은 부에 모두의 몫이 있다고 생각해 그것을 나누려고 한다. 빌 게이츠 등 미국의 세계적인 부호들은 거액을 출연해 기부하고, 그것이 미국 사회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반면 우리나라 부자들은 ‘나의 능력으로 이룩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능력이 있어도 아프리카에서 태어났다면 부자가 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너무 혼자만 잘사는 것은 사회가 둘로 쪼개지고, 분열을 일으키는 요소가 되기 때문에 위험하다. 우리 국민도 마인드가 바뀌었으면 좋겠고, 변화의 중심에 기본소득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후보와도 그런 면에서 같은 가치를 지향하게 된 건가.

“이 후보와는 2015년 성남시 청년배당 연구 용역을 맡으면서 알게 됐다. 기본소득 연구를 하는 자문 교수 중에 한 분이 나를 소개해 줬고, 이후로 지금까지 자문에 응하고 있다. 기본소득을 직접 설명할 기회가 많지 않아서 책이나 자료를 건네드렸는데 이 후보는 그걸 읽고 요약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핵심을 잘 파악하고, 예를 들어 설명을 잘해 대중을 잘 설득시킨다. 전반적으로 기본소득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교수인) 나보다 더 설명을 잘하는 것 같다.”

경제적, 정치적으로 나라 안팎이 혼란한 시대인데, 지금 기본소득 도입이 절실하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은 나라의 국면이 바뀌는 때다. 인공지능, 탄소중립 등 시대적 과제에 직면했는데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각 나라는 발전과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 18세기 산업혁명기에 영국과 청나라가 경제적으로 비슷한 수준이었는데 변화에 적응한 영국은 발전, 그러지 못한 청나라는 쇠퇴했다. 당시 영국은 ‘공장법’ ‘근로기준법’을 만들고 노동자 투표권을 주고, 노동조합을 합법화하는 등 불평등을 줄이려는 노력을 해 부강한 나라가 됐다. 또한 미국도 독립전쟁 이후 링컨 대통령이 토지를 똑같이 20만 평씩 나눠 재분배를 했다. 이후 철도혁명으로 세계 주도권을 가져갔다. 역사적으로 빈부격차를 줄이고 기술혁신을 하는 나라가 앞서나갔다. 우리나라는 지금 발전 경로에 있지만 일부 사람들만 찬스를 잡아 돈을 버는 등 빈부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가 기술개발보다 부동산에 눈독 들이고, 탄소중립에 실패하고, 빈부격차를 막지 못하면 쇠퇴할 수 있다. 기본소득 정책이 우리나라가 발전 국면에 올라서는 수단으로 작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남훈
●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동 대학원 석·박사
● 한국사회경제학회 운영위원장, 한국경제학회 편집위원, 한신대학교 학술원 원장, 전국교수노동조합 대학구조개혈특위위원장
● 現 한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現 기본소득국민운동본부 공동상임대표

신동아 2022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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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국방정책 인터뷰 https://www.khan.co.kr/politics/election/article/202203051306001

“사드 추가로 수도권 방어” VS “사드 미사일 48발로 서울 방어는 할 수 있나”

김찬호 기자 입력 : 2022.03.05 13:06수정 : 2022.03.05 22:37

대통령선거가 1주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며 마지막까지 후보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주목받고 있다. ‘확실한 능력보다 확인이 어려운 소문이 승패를 결정한다’는 선거판의 오랜 격언이 이번에도 적중하고 있는 셈이다. 이재명 캠프 김성일 안보상황실 실장(오른쪽)과 윤석열 캠프 이종섭 국방정책 특보가 지난 2월 28일 경향신문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이재명 캠프 김성일 안보상황실 실장(오른쪽)과 윤석열 캠프 이종섭 국방정책 특보가 지난 2월 28일 경향신문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그럼에도 기본은 중요하다. 선거가 끝나면 ‘제기된 의혹이 사실이냐, 아니냐’가 아닌 ‘대통령이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로 국면이 바뀐다. 대선 과정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공약은 국민의 삶을 바꿀 중대한 변수로 전환된다. 경향신문이 마지막까지 후보 간 정책 차이를 보여주려는 건 이 때문이다.

이재명·윤석열 캠프의 정책 담당자를 한자리에 불러 토론하는 ‘정책 대담’은 마지막 주제로 ‘국방정책’을 선택했다. 국가와 국민의 생존과 직결된 ‘기본중의 기본’ 분야다. 각 캠프는 후보들의 국방정책을 설명할 적임자로 모두 군 장성 출신 전문가를 추천했다. 이재명 캠프를 대표해 김성일 안보상황실 실장, 윤석열 캠프를 대표해 이종섭 국방정책 특보가 대담에 참석했다.

지난 2월 28일 경향신문에 모인 이들은 주장과 반박, 재반박을 쏟아내며 정책토론의 진수를 선보였다. 후보 간 국방토론이 정쟁으로 비화되는 것과 달리 구체적 수치, 군 생활 동안 직접 경험한 사례 등을 동원하며 주장과 반박을 이어갔다. 이날 대담은 휴식 없이 약 3시간 동안 이어지며 양측의 시각차를 드러냈다. 분명 동일한 안보상황을 두고도 다른 해석과 대응방안이 나왔다. 다음 5년, 어느쪽 판단에 ‘생존’을 맡길지 유권자의 몫으로 남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충북 청주시 공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제68기 졸업 및 임관식에 참석해 경례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충북 청주시 공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제68기 졸업 및 임관식에 참석해 경례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5년 문재인 정부의 국방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김성일(이하 ‘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당시는 안보위협이 높은 시기였다. 그럼에도 기존 정부의 관성을 넘어 국방개혁 2.0을 고강도로 추진했고 군 구조 개편, 병영문화 개혁 등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도출했다. 국방비 역시 이명박 정부에서 8조원, 박근혜 정부에서 6조원 정도 증액한 반면 문재인 정부는 연평균 7% 이상 증액해 약 15조원 정도를 증액했다. 이로 인해 군 전력을 상당히 많이 향상시켰다. F-35A 스텔스 전투기나 이지스함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이종섭(이하 ‘이’) “국방비 증액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르다. 정부가 국방에 얼마나 관심을 가졌느냐 하는 지표는 국가재정 대비 국방예산을 어느 정도 배정했느냐가 핵심이다. 문재인 정부는 전체 재정 대비 국방비를 약 14.1% 수준으로 배정했다. 이전 정부에서는 14.5%, 14.7% 정도까지 나왔다. 국가재정이 늘어나면 절대적 액수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를 국방에 더 관심을 기울인 것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스텔스 전투기나 이지스함 역시 이전 정부에서 결정했다.”

-실제로 안보 불안이 더 커졌다는 지적도 있는데.

“국민이 느끼는 불안감의 원인은 전력 문제라기보다 경계실패 등의 운용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2019년 삼척 목선 사건이나 22사단에서 잇따라 발생한 귀순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군에서 발생한 성군기 위반 사건 등도 군에 대한 믿음을 저하시켰다. 병영문화 개선으로 휴대폰 허용, 외출·외박 확대가 이뤄지며 과거보다 사건·사고가 더 많이 공개됐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 “한마디로 표현하면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네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첫째는 북한을 적으로 보거나 위협으로 인식하지 않았다. 장병들은 적이 없어졌고, 훈련도 약해졌다. 그러다 보니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경계실패가 발생했다. 둘째는 한미 군사동맹이 유명무실해졌다. 군사동맹에선 가장 중요한 게 연합훈련이다. 2018년부터 훈련을 취소하거나 축소해 실행했다. ‘동맹’ 또는 ‘연합’이라는 용어조차 사용하지 않는다. 셋째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대응능력 확충에 소홀했다. 3축체계가 약화됐고, 대량응징보복은 개념부터 무시됐다. 마지막으로 청와대와 정치권이 군 인사에 과도하게 개입했다. 지휘체계를 통해 능력을 인정받으면 진급하는 구조여야 하는데 청와대의 영향이 너무 컸다.”

김 “군이 북한을 위협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에서 전방 군단장을 했다. 당시 실패한 경계사례는 언론을 통해 부각된 반면, 안개가 자욱한 임진강에서 수행한 완벽한 경계작전 등의 성공 사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인사 문제 역시 대부분 군에서 인정받던 사람들이 진급했다. 한미연합 훈련도 코로나19 등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대부분 시행했다.”

이 “정규 훈련을 축소하지 않았나.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미군은 증원을 줄였을 뿐 훈련은 정상적으로 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이 훈련에 임하는 모습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
강원도 인제군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에서 Army TIGER 4.0 장비들을 선보이고 있다. Army TIGER 4.0은 첨단 과학기술을 접목한 미래 지상전투체계다. 사진공동취재단

강원도 인제군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에서 Army TIGER 4.0 장비들을 선보이고 있다. Army TIGER 4.0은 첨단 과학기술을 접목한 미래 지상전투체계다. 사진공동취재단

-이 후보 국방정책의 핵심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설명하면 ‘강한 평화’다.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경제발전을 추구할 강력한 국방력을 갖추겠다는 의미다. 국방정책의 철학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장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주국방과 한미동맹 공고화를 추진하겠다. 이 후보는 국가와 국민에게 해를 끼치는 것은 적이라는 대적관을 갖고 있다. 북한이 우리 안보의 핵심적인 위협임은 반론의 여지가 없다. 국방정책 관련해 이 후보에 대한 오해도 좀 해소하고 싶다. 지금까지 공개한 국방 관련 정책을 보면, 윤 후보 측에서 제시한 것보다 훨씬 많이 나와 있다. 이러한 것들이 잘 알려지지 못한 점이 아쉽다.”

-구체적 정책은 무엇인가.

“스마트 자주국방이다. 이를 위해 첫째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해 첨단무기를 사용하는 강군을 건설하겠다. 둘째로 선택적 모병제를 도입하겠다. 인구가 줄어들기 때문에 병력 축소는 불가피하다. 대신 전투부사관, 군무원 등을 확대해 숙련된 간부들에 의한 정예화를 추진하겠다. 셋째는 병사 복무 여건을 혁신하겠다. 우리 병사들은 국가를 위해 청춘을 희생하고 있다. 최저임금 수준인 월 200만원 이상의 월급을 지급하고 병영생활관도 개선하겠다. 또 군 경력을 사회에서 인정받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 넷째로 군 간부의 복무환경을 개선하고 양성평등을 구현하겠다. 현재 소령 정년이 43세다. 전역할 때가 되면 아이들이 한창 공부하고 있을 시기다. 정년을 조정하고 전역 간부의 경력직 군무원 채용비율 등도 확대하겠다.”

-이 후보는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 군은 경항모 도입도 추진하고 있는데 둘 다 가능한가.

“현재 경항모는 어느 정도 진척이 있는 반면, 핵추진잠수함은 연구 수준에 있다. 둘 중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핵추진잠수함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핵추진잠수함은 장기간 수중매복이 가능하고 적의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장점이 있다. 북한의 미사일 기지 타격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대한 대응이 가능하다. 도입하려면 미국과 협의해야 하는데 핵무기를 탑재하는 것이 아니라 핵을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것인 만큼 협조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항모를 도입하려면 5조원 이상이 든다. 핵추진잠수함은 3척을 1개 조로 운영해도 3조원 정도가 들어간다. 우리 국방예산으로 둘을 동시에 추진하기는 어려운 만큼 효율성 측면에서 핵추진잠수함이 더 우선순위라고 본다.”

-윤 후보 국방정책의 핵심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설명하면 ‘튼튼한 안보’다.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목표다. 국방정책의 지향점은 ‘힘에 의한 평화, 억제를 통한 평화’다. 즉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최선책이라는 의미다. 북한이 대화 상대인 것은 맞지만 현실적인 측면에서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북한 정권과 군은 우리 적이라는 게 윤 후보의 대적관이다.”

-구체적 정책은 무엇인가.

“한미동맹 공고화와 우리 군 자체의 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 4차 산업 기술과 연계해 강군을 건설할 생각이다. 병력을 줄이되 능력은 강화하는 방향이다. 지금의 병력구조를 유지하려면 매년 20만명의 병력자원이 필요한데 15년 안에 절반 정도밖에 충원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무인 로봇 전투 체계 등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국방개혁 2.0의 틀을 완전히 바꾼 국방혁신 4.0을 제시했다.
2017년 경북 성주 사드기지에서 사드발사대를 설치하는 모습. 강윤중 기자

2017년 경북 성주 사드기지에서 사드발사대를 설치하는 모습. 강윤중 기자

-사드 추가 배치, 한국형 아이언돔 조기구축을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세가지 이유 때문에 사드 추가 배치가 필요하다. 첫째는 주한미군이 성주에서 운용 중인 사드로는 수도권을 방어할 수 없다. 둘째는 미사일 요격은 다층방어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즉 1차 요격이 실패하더라도 2차, 3차 요격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군이 운용하는 패트리엇 미사일과 고도 20㎞ 내외를 방어할 수 있는 중거리 지대공미사일(M-SAM)로는 하층방어만 가능하다. 한 번의 요격 실패 시 곧바로 국민 피해로 이어진다. 사드를 배치해 고도 40~150㎞ 중층에서 먼저 요격하고, 실패 시 하층에서 다시 요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는 북한의 마하10 이상의 극초음속 미사일과 고각 발사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패트리엇, M-SAM으로는 마하8 이상의 미사일을 요격할 수 없다. 사드는 마하14까지 요격이 가능하다. 아이언돔은 여러 형태의 공격에 효율적으로 방어하는 데 필요하다. 만약 북한이 장사정포와 스커드 미사일을 혼합해 동시에 발사하면 이를 구분해 요격하기 어렵다. 이를 위해 아이언돔을 조기전력화해 미사일방어체계와 연계시킬 필요가 있다. 날아오는 미사일은 사드나 패트리엇, M-SAM으로 요격하고 장사정포는 아이언돔으로 방어하는 것이다. 참고로 패트리엇 한발은 약 50억원인 반면, 아이언돔 미사일 한발은 약 5000만원이다. 국방예산의 효율적 사용 측면에서도 아이언돔의 조기전력화가 타당하다.”

김 “서울을 방어하기 위해 사드를 배치한다는 것인데 사드 1개 포대에 속하는 미사일이 48발이다. 북한이 보유한 미사일이 800여기로 알려져 있다. 정말 사드 1개 포대만 설치하면 서울을 방어할 수 있나.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를 잘 구축해 가고 있는데 왜 사드만을 고집하는지 잘 모르겠다. 사드 1개 포대를 배치할 돈이면 천궁2 미사일 500발 이상을 확보할 수 있다. 게다가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이 밝힌 사드의 성능개량 3단계(JEON·연합긴급작전요구)에 따르면 1단계인 ‘사드발사대의 원격조정’이 이미 가능한 수준이다. 즉 성주에 있는 사드 발사대 중 일부를 평택으로 옮기면 사드의 추가 배치 없이도 윤 후보가 말하는 수도권 방어에 사드를 운용할 수 있다. 아이언돔은 우리에게 필요하지만 본질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주요 시설이나 기지 등을 장사정포로부터 방호하는 것이다. 애초에 아이언돔은 이스라엘이 하마스가 쏘는 카삼 로켓을 막는 용도로 개발했다. 카삼 로켓은 한발에 80만원짜리로 값싸게 제조해 정확도나 폭발력이 높지 않다. 이를 막기 위해 한발에 약 5000만원짜리인 아이언돔 미사일을 사용하면서 연간 몇백발 수준의 미사일 공격 중 약 90% 정도를 방어하고 있다. 북한이 수도권을 공격한다면 개전 초기에 장사정포 4400발 정도가 날아올 수 있고, 그 이후로는 한시간에 1만발씩 쏘게 된다. 한국형 아이언돔이 이스라엘보다는 개량되겠지만 수도권 시민을 다 보호할 수 있는 것처럼 호도하면 안 된다.”

*사드 포대는 사격통제소, 사격통제레이더 1대, 발사대 6기, 요격미사일로 구성된다. 사드발사대의 원격조정이 가능하다는 건 레이더와 발사대를 분리해 운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사드는 지역방어 개념이다. 요격 능력 자체부터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드가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는 건 분명히 맞다. 또 한시간에 장사정포 1만발이 날아온다고 하는데 이것은 단순히 산술적 계산에 따른 것이다. 우리가 1차 공격을 맞고 가만히 있겠나. 2차, 3차 발사를 하지 못하도록 파괴 공격을 하기 때문에 1만발이 날아온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고, 아이언돔으로 방어하지 못한다는 것도 맞지 않다.”
정혜연 기자

북한이 지난 1월 25일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이동식 발사대(TEL)에서 시험발사했다. 연합뉴스

-북핵에 대한 군사적 해법은 무엇인가.

“우리가 핵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한미동맹을 통한 확장억제가 중요하다. 또한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를 조기에 구축하고, 특히 응징보복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고위력 탄도 미사일을 확보하고 항공기 기반의 정밀 타격 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감시정찰 체계의 고도화다. 군 정찰위성과 초소형 위성을 조기 확보해야 한다.”

이 “크게 두가지다. 미국의 확장억제 전력 활용과 우리 군의 대응능력 강화다. 확장억제는 유사시 반드시 시행할 수밖에 없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양국 국방부 고위급 인사들이 참여하는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를 실질적으로 가동할 필요가 있다. 또 확장억제 수단 운용연습(TTX)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우리 군의 대응능력 측면에서는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유명무실해진 3축체계를 복원해야 한다. 킬체인이나 대량응징보복은 어느 정도 가능한 수준인 반면, 미사일방어체계는 능력보강이 시급하다.”
정혜연 기자

-이와 관련해 선제타격 논란이 있는데.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한가.

“선제타격이 전쟁을 유발한다는 인식은 잘못됐다는 점부터 밝히고 싶다. 선제타격은 우리가 조치하지 않으면 엄청난 피해가 예상되는 전쟁 직전의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하는 것이다. 상대가 가만히 있는데 공격한다는 개념이 아니다. 선제타격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려면 정보 능력이 중요하다. 한미 연합정보 판단에 의해 미사일 발사의 사전징후 포착이 가능하다. 또 정확한 표적 탐지가 가능하냐는 의문이 있는데 이를 위해 북한의 핵심표적을 상시 감시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정보 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계획이다. 군정찰 위성과 함께 저가로 개발이 가능한 소형 전술 위성을 100대 이상 동시에 띄우면 상시 감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김 “세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는 정치지도자가 할 말이 아니라는 점이다. 선제타격은 공격 행위라는 점에서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킨다. 또 북한은 이를 회피해 기습할 방법을 연구할 것이다. 둘째는 현재 상황에서 실제 선제타격은 실행이 매우 어렵다.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징후를 포착하고 선제타격한다는 건데 발사대를 떠나지도 않은 미사일이 어디로 날아갈지 대체 어떻게 안다는 것인가. 100%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 선제타격을 할 수 있겠나. 셋째는 선제타격을 실행하는 순간 한국의 미래도 없어진다. 만약 선제타격을 하게 되면 우리 역시 무수히 많은 미사일 공격을 받게 될 것이다. 지도자는 최후의 순간까지 전쟁 억제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재명 캠프 김성일 안보상황실 실장과 김흥규 아주대 교수, 윤석열 캠프 이종섭 국방정책 특보(왼쪽부터)가 지난 2월 28일 경향신문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이재명 캠프 김성일 안보상황실 실장과 김흥규 아주대 교수, 윤석열 캠프 이종섭 국방정책 특보(왼쪽부터)가 지난 2월 28일 경향신문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전시작전권 환수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인가.

“조기에 완료하겠다. 2017년도에 한미 정상이 전작권 전환의 조속한 추진을 합의했고, 이듬해에는 ‘전작권 전환 이후의 연합방위지침(미래연합방위지침)’에 합의했다. 이는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연합사를 해체하지 않고 유지하면서 한국군 대장이 사령관을 맡고, 미군 대장이 부사령관을 맡는다는 내용이다. 연합사를 해체하고 합참이 전작권을 행사하는 2006년, 2010년, 2014년의 합의와는 다른 새로운 합의였다. 전작권 전환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안보위험을 최소화하고, 한국군의 의사결정 자율성을 확대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한국은 세계 6위의 군사력을 갖췄고 공고한 한미동맹도 유지하고 있다. 이제는 ‘하겠다’, ‘해야겠다’, ‘꼭 필요하다’는 등의 의지를 보일 때다.”

이 “가능한 한 빨리 가져오는 게 맞다. 다만 전작권을 전환했을 때 연합방위태세가 약화되거나 안보에 허점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전환조건의 충족 없이 바로 하면 안 된다. 전환조건의 핵심은 한국군의 북핵 초기 대응능력과 연합작전 주도 능력이다. 초기 대응능력은 미사일 요격, 타격, 응징보복 능력을 포함한다. 연합작전 주도 능력은 연합방위체제에서 한국군 대장이 사령관으로서 핵심 역할을 할 수 있게 준비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건이 조기 충족되도록 노력하겠다.”

-최근 윤 후보의 일본 관련 발언이 논란이 됐다.

“먼저 윤 후보의 표현이 왜곡돼 알려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한·미·일 군사동맹이 결성됐을 때를 가정해 답변하는 중간에 발언이 끊기면서 의미 전달이 제대로 안 됐다. 유사시 자위대가 들어오느냐 하는 부분은 일본 헌법에 자위대는 해외파병이 불가능하게 돼 있다는 점부터 지적하고 싶다. 어떠한 경우에도 우리 요청이나 동의 없이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은 불가능하다.”

김 “한국 정부의 요청이나 사전 동의가 없다면 일본 자위대는 한반도로 들어오지 못한다. 이는 남한뿐만 아니라 북한 지역도 마찬가지다.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이 필요한 상황은 절대로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한국 국방정책에 남기는 교훈은 무엇인가. 종전선언 같은 협정이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평화를 보장한다는 문서상 합의가 실질적 안전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종전선언이 의미가 있으려면 평화체제 구축 시도로 이어져야 하는데 현재 북한과는 신뢰도 없고, 갈등도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북한이 핵무기로 우리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합의부터 하고, 비핵화를 하자는 건 순서가 잘못됐다. ‘강자는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약자는 그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말이 있다. 힘이 없으면 전쟁은 내 의지와 무관하게 일어난다.”

김 “협정이 의미가 없어지는 것은 협정만 믿고 자주국방을 추진하지 않았을 때다. 한국과 우크라이나는 다르다. 종전선언은 말 그대로 선언이기 때문에 신뢰를 회복하고 비핵화로 나아가는 초석을 놓자는 의미다. 강한 국방력은 상대를 억제하는 데만 쓸 게 아니라 평화를 진척시켜 나가는 데도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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