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에 급수혈된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 후보는 만약 낙선하면 정치를 계속 할까? 요즘 그런 질문이 들곤 하네. 국정원 선거 개입, 국정농단 특검 수사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쳐 검찰총장까지 할 때 기대를 받았던 그런 열기랄까 하는 건 이제 가라앉았다. 정치인으로서 대통령 후보로서 얼마나 자격이 되는지 의문이 든다.
1. 외교와 안보 면에서 우려가 된다
북한이 다층적 미사일 연속 시험한 건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최근 윤석열의 강경 발언이 대선 국면에서 일으킨 부정적 상호작용도 원인이 되었을 거야. 차기 정부 들어서기 전에 선제적으로 정세 주도권 확보하려는 것 아닐까? 안보와 외교에서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태도와 정치적 판단 능력과 외교 정책의 일관성인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다시 뒤로 돌아가면 지금 상황에선 아마 한국만 움직일 공간이 좁아질 거야. 한국은 정세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자율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데 말이야.
비핵화 하라고 목소리 높인다고, 제재로 밀어붙인다고 그게 되나. 그 또한 구호에 불과하지. 미사일 요격하고 선제 타격이니 뭐니 하는 상황이면 이미 한반도는 끝난 거여. 군사 기술적인 문제에 대해 대통령 후보가 그렇게 자세히 발언하는 것, 그게 바로 아마추어고 위험한 거야. 어떤 외교 원칙으로 대응해 나갈지 설득력이 있어야지, 군대, 무기, 힘의 균형이니 하며 무슨 19세기 전쟁군사학 교과서 달달 외운 듯한 느낌이다. 힘의 균형을 이루려면 힘을 과시하거나 남용해서는 오히려 안 되지. 벌써부터 미국 군수업체가 로비 들어왔나? 사드 추가로 하나 더 갖다놓겠다고 하니 말이지. 북한은 꿈쩍도 안 할 것 같고, 중국은 한국을 다시 보기 시작할 거고, 일본은 일본대로 무기 증강하겠지. 한반도는 긴장이 더 높아지겠지. 21세기 한국인들은 결코 원하지 않는 상황이지.
2. 정권이 바뀐다고 민생이 뭐가 나아질지 알 수가 없다
정치 참여한다면서 문재인 정권이 국민 약탈 정권이라고 하더니만 여태까지 근거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어. 난 뭔가 어떤 메카니즘을 파악하고 근거를 확보하고서 하는 말인 줄 알았지. 그냥 대장동만 들이파는 것 같아. 부동산 공급 늘리면 뭐가 좋아지나? 투기 세력이 시장을 교란하지 못하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지. 이제 금융 압박으로 자금 사정이 안 좋아지면 서민들은 더 힘들어지고 투기 세력만 좋아질 텐데. 일자리는 뭘 어떻게 늘린다는 건지, 원. 스타트업 천 개, 만 개 생기면 일자리 늘어나나? 그것이 얼마나 자본주의 경제의 생산성을 늘릴지 검증도 안 된 건데 누가 열심히 달려드나? 뭔가 지금 상황에서 꼭 필요한 분야에서 일자리를 늘릴 생각을 해야지. 돌봄과 보건 인력, 복지 분야, 안전 분야 등등.
3. 정치인으로서 참신한 철학이 안 보인다
맨날 자유민주주의만 말해. 식상하지. 미국 대통령, 유럽의 어느 정치 지도자가 자유민주주의, 자유민주주의 계속 읊어봐라. 그 나라 국민들이 지겹다고 할 걸? 그냥 솔직히 말해라. 한물간 미국식 신자유주의 스탠다드에 맞춰서 노동시장 유연화하고 기업의 자유를 팍팍 밀어주면서 노자 갈등은 알아서 해결하게끔 자율에 맡기고, 자본시장 부패 범죄 수사하는 게 다라고. 그리고 여가부 폐지 그건 너무 무책임하지. 페미니즘이 문제가 아니고, 한국은 경제 규모 10위권 치고 여성의 노동 조건, 직장 내 위치와 책임, 출산 정책, 가족 정책 면에서 한참 뒤진 게 사실 아니냐. 그러면 그런 정책을 말해야지 무슨 페이스북에다 글자 몇 개 새겨서 던지냐는 거지. 20대가 바보도 아닌데.
4. 개방적 소통이 안 된다
불편하거나 가치 없는 질문이라고 생각하면 그냥 무시하는 경향이 있더라고. 제가 그 문제는 논평하지 않겠습니다. 그런 질문은 이제 그만 하십시오. 아니, 정치인이 어떤 질문이건 어떤 상황에서건 불편하고 짜증나도 답변해야 맞는 것이고, 안 그러면 한 번 확실하게 입장 표명을 해서 해명을 하고 분위기를 확 바꾸든지 해야지. 그리고 엄연히 방송사 4자 토론하게 되었으면 그냥 시원스럽게 하면 되지, 양자토론을 중계도 안 되는 걸 그렇게, 그렇게 고집하다가 조건 안 맞으니까 ‘니네 잘못이야’ 하면서 넘어가 버리네. 무책임한 정치공학이야.
5. 부인의 신비주의 전술이 걸림돌이다
아니 그렇게 걸릴 것 없고 당당하면 공개 활동을 하면 되지, 무슨 운세니 무속이니 하는 구설에 휘말려서 신비로운 베일에 감춰져 있느냐는 거지. 아니면 부인이 언론에 잘못 대응하지 못하게끔 조치를 잘 했어야지. 사람들이 의심 안 하겠어? 그래서 부인도 이제는 대통령 부인 자격으로서는 참신성이 떨어진다, 이거지.
윤석열 후보가 만약 낙선해서 초야에 묻히면 한국 정치사에 참 보기 드문 기록으로 남겠다. 그냥 국민의힘에 들어가지 말고 독자 후보로 나와서 하고 싶은 말 시원스레 하고 정권 교체에 힘을 합치지 그랬어. 참 알 수가 없도다. 정치를 시작했으면 뭐 하나라도 인정받을 만한 족적을 남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