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국가장에 대해 누구는 국가장 법률의 한계와 문제점을 지적하고, 문재인 정권의 불철저한 역사의식을 규탄하기도 한다. 노태우 정권 시절 동구 사회주의가 몰락하던 때 이루어진 한-러 수교, 남북합의서, 토지공개념을 거론하며 공과 과를 말하기도 한다. 역사의 심판은 아직도 불철저했음을 생생히 보여주는 지난 며칠이다. 그 당시 어디로 끌려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 수 없는 실종자들이 많다. ‘전두환 살인마를 찢어 죽이자’고 쓴 플래카드를 트럭에 걸고 행진했던 시민들, 죽어 간 부모, 형제, 자식, 이웃의 피가 땅에서 여전히 울부짖고 있다.
노태우 유족들이 진정한 용서를 청하는 마음이었다면, 적어도 솔선해서 가족장을 치름으로써 용서를 청하는 사람의 마지막 최소한 실천과 예의를 보여줘야 하지 않았을까? 그것조차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도 이해불가이다.
1979~1980년의 터져 나오던 민주화 요구를 반동 내란 살인 쿠데타로 진압했던 세력은 죽는 날까지 24시간, 잠자는 시간과 꿈속에서 계속 참회하더라도 그 죄악의 기록은 지워지지 않는다. 역사와 시간은 남은 질문에 대한 답변과 책임을 아직 다 처리하지 않았다. 계엄군 투입을 결정하고 발포를 명령한 자는 누구였는가? 이를 지지하고 수수방관한 세력들은 누구인가?
대학가와 재야 시민 단체, 종교계에서 비공식으로 광주 비디오를 공권력의 감시를 피해가며 보던 시절이 지나고, 그 현장의 일부 모습이 공영방송을 통해 대중에게 공유되기 시작하고 다큐멘터리로 방영한 때는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일 것이다. 광주 시민들이 지역 공동체와 내 이웃, 내 부모 형제를 지키고 민주 국가 공동체를 요구하며 목숨을 버리면서 실천했던 진정한 자치의 정신은 계속 조명되고 계승되고 혁신되어야 한다.
광주의 피의 세례를 받아 학생운동, 노동운동, 환경운동, 지역운동, 정치운동에 투신한 세력들 중에 기득권에 편입된 이후 민주주의 정신이 무뎌지고 후퇴하고 역주행한 이들도 많다. 한나라당-새누리당-국민의힘 보수정당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고, 더불어민주당에도 있으며, 사회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
진보운동과 민주주의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세력들로서는 그동안 살아왔던 자신의 과거를 복기하며 냉정한 자기 비판과 새출발이 필요하다. 그 실천이 또한 내년 대선에서도 이어져야 한다. 어떻게든 진보 진영의 재편과 정치 개혁을 위해 정의당과 심상정 후보를 비롯한 진보정당들이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의 신물 나는 보여주기 이벤트 정치, 늘어난 빈부격차, 대장동 비리를 통해 드러난 부동산 카르텔과 주민들의 주거권과 재산권 침탈 정치, 적폐청산 도구로 썼어야 할 검찰을 개혁한다면서 오히려 악마화하기만 하고 민주주의에 역행한 선악 극단 대립 정치, 코로나 위기를 틈타 민심을 우롱하고 무책임한 정책을 늘어놓는 민주당 식 선거 포퓰리즘, 자국의 상황과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이미 실패한 미국과 유럽의 방역과 백신 정책을 추종하며 차별적인 백신 패스를 도입하려 드는 보건당국의 행태, 수준 낮게도 백신 접종률 해외 순위 비교해 가며 접종 후 병에 걸리고 죽어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정부의 작태, 온갖 프레임 역공과 덮어씌우기 정치를 완전히 분쇄하여 회복 불능의 패배를 안겨줘야 한다.
도저히 민주당 후보를 찍을 수 없고, 그렇다고 국민의힘 후보도 지지할 수 없는 시민들을 정의당 및 여타 진보정당 세력 중심의 지도력으로 모아내는 실천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목표는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해체이고, 그 여파가 국민의힘 당에도 미쳐 보수 정치도 재편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