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광주를 피로 물들인 전두환의 철권 통치 7년 동안 정치를 전문가에게 맡겨서 잘했다는 건, 그건 도대체 어떤 정치를 말하는 거여? 불법 권좌에 들어앉은 자가 관변학자들, 관료들 불러다가 너는 이거 해라, 너는 저거 해라 한들, 그 체제의 저변에서는 애초부터 타락한 군사정권에 대한 수많은 분노를 삭히며 살던 시절이다. 그걸 어떻게 지금 시점에서 정치의 한 사례로 끌어올 수가 있냔 말이다. 아유우, 아유우~~ 증말 열받기 시작하네.
‘호헌철폐, 독재타도’ 87년 6월 항쟁으로 수립된 헌법 하에서 검사 생활을 하고 한국 정치사 초유의 대통령 파면과 국정농단 시기의 특검 수사팀장으로, 또 사상 초유의 국정원 대선 개입 수사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양반이, 게다가 대학 시절 모의재판에서 전두환에게 사형인지 무기징역인지 구형하고 강원도로 피신했다는 윤석열이 그런 말을 한다니 정말 모멸감과 배신감 느껴지지 않겠나?
전체 맥락을 다 파악하고 발언의 취지를 받아들인다고 해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발언이다. 그 시절에 박정희 정권 못지않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숨죽이며 살아야 했고, 무지막지하게 쥐도 새도 모르게 잡아가서 고초를 겪었는가? 그런 체제하에서 국민경제의 한 주체인 수많은 노동자, 농민의 피땀을 쥐어짜고 노동조합다운 노동조합은 꿈도 못 꾸게 만든 시절이었다. 전두환 독재 타도를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청춘을 희생하였던가 말이다.
그러니 헌법과 법률을 그토록 강조하던 윤석열이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끝까지 가려면 이 발언은 온전히 사과하고 물려야 한다. 아무리 정권교체가 절대적 요구라고 주장할지라도, 문재인 정권에 등돌린 세력들은 누구든 좋다는 전략은 너무 단선적이고, 그 결과 지금 윤석열은 고전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검찰총장을 사퇴한 윤석열이 정치를 하겠다면 적어도 유승민보다는 좀 더 왼쪽에 서고, 진보정당 쪽보다는 좀 더 오른쪽에 서야 한다고 생각하고 바랐던 것이지. 대통령에 당선되는 데에 너무 다 걸지 않는 것이 좋다고. 나는 지금까지는 윤석열은 확실히 리버럴리스트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가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