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정 점령군 표현이 맞다는 주장보다 한반도 평화체제의 강화가 중요한 거여

이재명 도지사가 겸손한 척 트릭을 쓰면서 교만한 말투로 윤석열 측 비판에 공부를 더 하라는 식으로 훈계했군. 그런데 해방공간에서 맥아더 사령부의 미군정이 38선 이남을 점령했다는 사실은 인정하더라도, 그것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낳을 수 있는 문제 몇 가지는 있어. 그리고 미국과 소련은 당시 한반도를 장기적으로 분할 통치할 생각보다는 모스크바 3상 회의를 통해 신탁통치로 관리하려 했고 그 과정에서 격렬한 반대운동과 좌우 분열이 있었다는 사실은 다 알잖아.

이재명 측이 해명과 주장을 하면서 ‘일본과 미국이 교전 당사국이므로 당시 미군정이 점령군으로 남한으로 들어왔다’는 식으로 설명했는데, 이것은 당시 상황 자체로는 맞는 이야기일지라도, 이는 또한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과 미일안보조약의 인식의 연장선’도 된다는 점도 고려하길 바래.

일본이 1910년 조선의 국권을 강탈하여 한반도를 점령한 이후로 35년에 걸쳐 조선과 해외 각지에서는 엄혹한 탄압 속에 강력한 독립 투쟁이 전개되지 않았냐. 비록 스스로 통일자주국가를 건설하지 못했어도 이러한 자주적 역사 인식이 중요한 거여. 그런데 구태여 당시 국제관계의 패자인 미국과 한반도 침략의 죄과를 안고 있는 일본의 국제법적 인식과도 맞닿는 ‘점령군’ 표현을 70년이 지나서 써서 뭐하게. 그리고 당시 좌우를 통틀어 미군정에 대한 인식은 조금 복합적이었어. 왜, 당시 해방공간으로 돌아가서 좌우합작운동 다시 해보게? 그럴 것도 아니라면 이런 거 가지고 논박은 그만 하고 민생에 신경 써라. 내가 돌아가시겠다.

맥아더 사령부가 전범국가 일본의 천황제를 상징적 수준으로 격하시키고 급진적 민주주의 혁명을 강제로 실시하던 시기가 지나면서 일본의 정치계와 지식계에서는 단독강화(미국 중심의 자본주의 진영에 한한 강화)와 전면강화(사회주의국가인 소련, 중국, 동구권 국가들을 포함한 강화)를 두고 격렬한 논쟁이 전개되었지. 관심 있는 사람들은 관련 서적과 문헌들을 찾아 봐.

결국 단독강화로 귀결되어 한국전쟁 중인 1951년 9월 8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일본과 미국을 비롯한 49개국이 대일강화조약에 서명했지. 중국은 이 회의에 초대되지 않았고 대한민국도 일본과 교전관계에 놓인 적이 없었다는 이유로 초청되지 않았고 인도와 버마(미얀마)는 참가를 거부했지. 그리고 9월 8일 그날 오후에 요시다 시게루 수상은 샌프란시스코만에 인접한 미국 제6군사령부에서 일본과 미국 간 안보조약에 조인했단다(나카무라 마사노리 지음/유재연·이종욱 옮김, <일본 전후사 1945~2005>, 논형, 2006 참조).

1965년 한일회담 결과로 맺어진 대일청구권협정과 한일조약은 이러한 일본의 샌프란시스코 강화체제 인식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여. 일본도 아직은 70년 전에서 못 벗어나고 있는 거지. 일본이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과거사를 두고 문재인 정부더러 ‘국제법 위반’이라고 기계처럼 반복할 때 그 국제법이 내가 보기엔 바로 이 샌프란시스코 강화체제와 그 후속타인 한일청구권협정이야. 그러다가 일본의 국제법 논리에 힘 실어 줄라. 여당이 야당더러 친일 후손, 친일파 공격하는 것도 마타도어여. 우물 안 개구리들아.

그리고 정전협정이 아직도 안 끝나고 70년 동안 남의 나라 군대 2만5천 명씩 주둔하는 게 자랑할 일은 못 되지. 그러니 어떻게 해야겠니? 정전협정을 하루속히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도록 로드맵을 만들어야지, 이 등신들. 미국이 한반도비핵화를 하기 위해 평화협정을 추진 안 할 것 같나? 내가 보기엔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다만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고 제재, 압박 노선 계속 유지하려는 건데, 오래는 못 간다. 결국 전쟁 가능성을 완전히 제거하고 북미 수교와 동아시아 공동안보체제로 가야 한다 이거야.

그런데 내가 보기엔 문재인 정권이 끝날 때까지 북한이 대화는 안 할 듯하다.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철거, 군통신선 단절, 코로나 상황, 북중 협력 강화 등등 해서 말이지.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표정 싹 씻고 대화하려고 하겠냐? 문재인 정권은 정말 대외인식이 너무 좁고 얕고 단편적이야. 전략이 없어. 다음 정권은 잘 좀 해라. 그런데 잘 하려나? 어떤 정부가 들어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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