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은 일조권 대표 변호사와 환경운동연합, 국회 환노위원 시절의 초심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박영선, 오세훈 두 후보 간의 어떤 공방이 있든, 정책적 차별성이 있든 없든, 현재로서는 뚜렷한 쟁점이 형성되지 않았다. 그런 문제와는 별도로 오세훈 후보는 본인이 사회와 미디어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던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거대 건설사의 신축 아파트 공사로 피해 입은 주택단지 주민을 대변하여 헌법상의 환경권, 일조권 개념을 법적으로 얻어낸 젊은 시절의 열정과 패기, 본인 스스로도 말했듯이 “구청의 허가만 있으면 어떤 건축이라도 해도 된다는 잘못된 생각을 이번 판결로 고치게 되었다”고 인터뷰했던 당시의 진정성을 되새겨 봐야 하지 않겠는가?

덕분에 법률 상담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되어 사회의 주목을 받고, 또한 본인 스스로 환경운동연합의 초기 활동에 참여하고, 민변의 법률 조언 활동도 했던 시절을 되새겨야 하지 않겠나? 본인 말대로 당시에는 인기 없던 환경노동위원회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나름 개혁적 보수 노선을 걸었던 시기로 돌아가야, 서울 시민들한테 결국은 인정받을 것으로 본다. 건설자본 위주의 개발 논리, 무상급식 반대를 고수하면서 본인의 초심을 잃고 중산층과 고소득층 정서에 기우는 길로 계속 간다면, 설령 서울시장직에 당선되더라도 1년 후에는 다시 심판을 받아 중도하차한 시장직 임기나 채우고 끝나게 될 것으로 본다.

그동안 걸어왔던 길이 본인의 정치적 야망이나 성공신화를 위한 커리어 쌓기만이 아니었음을 증명한다면 보수 개혁의 길로 나아가는 돌다리가 될 수도 있겠지만, 하여튼 그 앞길도 만만하지는 않을 듯하다. 일조권 대표 변호사, 환경운동가, 국회의원 초선 시절의 사기충천 개혁의 길을 다시 뚫고, 모든 시민과 노동자들이 어우러져 살고 일하는 서울시를 재건하겠다면 과거 용산참사의 비극을 좀 더 깊고 새롭게 되새길 기회가 되지 않겠는가 하고 생각해 본다.

그렇다면 박영선은? 민주당을 대표해서 반성하는 진정성을 확실히 보이지 못하여 아마 당선은 힘들 것 같다. 조국 사태 이후로, 어쩌면 그 이전부터 문재인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과 민주당의 패권적 정치 행태에 등을 돌린 비판적 지지 또는 비판적 관찰자 시점의 중도 진보층은 민주당에는 결코 표를 주지 않을 것이다. 이들 중에는 현 정권과 민주당에 적대적 감정마저 갖는 사람들도 있다는 점을 좀 알아야 한다. 상황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그렇다고 국민의힘에 표를 던지기에는 체질적으로 거부감이 있는 이 유권자들은 투표를 안 하거나 소수정당에 투표할 것이다. 민주당은 이번에 힘들다고 최종 판단을 내리는 바이다.

공공주택 30만 호는 일단 약속부터 하고 보자는 것인지, 정말 실현 가능한 것인지, 의지만 있으면 다 할 수 있는 것인지, 더 나아가 서울에 정말 주택이 부족해서 부동산 값이 오르는 것인지 논란의 여지가 많다. 21분 다핵도시는 그냥 표면적 실험 정도로만 느껴진다. 생활권 근접성을 높이는 것은 오랜 문화와 전통과 주민들의 생활양식이 상호작용해야 가능하고 디지털 서비스 같은 것은 그냥 양념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가 민주당이랑 통과시킨 빅데이터 3법 때문에 개인정보가 너무 쉽게 수집되고 있고, 코로나를 핑계로 QR 코드 자꾸 강조하는데 나중에 이런 디지털 감시, 정보권과 차별 문제 때문에 갈등이 심화될 것이다.

그렇다면 윤석열은? 솔직히 어떤 길을 갈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만약 대선을 염두에 두든 아니든 정치를 하겠다면, 적어도 중도좌파까지도 아우를 만한 스펙트럼을 갖고서 제3지대에서 사람들을 규합하여 힘을 모으고 거기에 국민의힘 일부와 기타 세력들을(심지어 민주당 일부까지도) 포괄할 비전이 있어야 성공할 것 같다. 그런데 대선을 겨냥하여 그런 작업을 하기란 무척 어렵고 힘든 길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조선, 중앙, 동아일보가 윤석열의 등장을 고대해 마지 않는 것 같은데, 그 기대와 프레임 속에 들어갈 것인가? 단순히 국민의힘과 힘을 합쳐서 정권교체로 직진하면, 국정원 선거 개입 수사하면서 국정원 직원들을 긴급 체포하던 당시의 소신과 공직자 철학, 그 이후 각종 권력형 비리 수사로 쌓은 개혁적 자산과 이미지가 빛이 바랠 수 있다. 정말 정치를 해서라도 한국사회의 법치와 상식과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면, 시민들에게 개방되어 있으면서도 심도 깊은 정책적 토론을 자극할 수 있는 싱크탱크를 만들어 보면 어떻겠는가 하고 생각이 종종 든다.

이상, 심란한 일반 시민으로서 생각을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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