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에 목숨 걸어가지고 도대체 뭘 추구하는 거여?

난 그 뭣이여, 옛날부터, 그니까 김영삼 정권 때부터 자꾸 공수처, 공수처 해쌌는데… 잊을 만하면 또 나오고, 또 잊을 만하면 또 나오고 그러더라고. 그런데 솔직히 별로 관심이 안 가고, 글쎄.. 잘 모르겠다는 생각만 들었어. 그냥 내 희미한 기억 속에 공수처는 ‘수사기관을 이것저것 만드는 시도’, 그리고 싱가포르 같은 나라에서는 공수처 비슷한 기구가 있다는 것, 그리고 위헌 시비가 있고 뭐하고 해서 유야무야되었다는 것 정도였어.

노무현 정권 때 공수처 이야기가 나왔던 것 같기는 한데, 그랬었나? 별로 임팩트도 없었던 걸로 기억나. 그냥 지나간 이야기로 기억될 뿐이지. 지난 대선 때 모든 후보들이 공수처를 찬성했다고 하는데 그랬었니? 난 왜 기억이 안 나지? TV 토론 열심히 봤는데 모르겠어. 2017년 대선 때 쟁점이 되었던 걸로는 대북정책, 일자리 정책, 교육 정책, 사회복지 문제, 뭐 그 정도만 기억나. 그리고 문재인이 ‘촛불, 촛불’ 하던 거 하고.

고(故) 노회찬 의원도 공수처를 그렇게 강조했었나? 그런데 왜 나는 기억에 잘 남지를 않는지 몰라. 박근혜 국정농단 때문에 권력의 부패와 남용이 워낙 중요한 문제가 되니까 아마도 문재인 후보가 공수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고 강조하는데, 글쎄 뭐, 정권이 바뀐 다음에 나는 솔직히 ‘공수처 그게… 꼭 필요한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아니, 특검이 국정농단 수사 잘 하고, 특검 전에도 검찰이 세게 수사 했고, 이어받으면 또 계속 잘 할 것 같고, 그러다 보면 검찰도 스스로 각성도 할 테니 검찰을 오히려 부패청산의 동력으로 삼아서 잘 운영하면 되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했지. 하여튼 거기까지 생각하고 지켜볼 뿐이었거든.

아, 그런데 조국이 민정수석이 되면서 헌법 개정안을 막 브리핑하는데, 난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지. ‘헌법 개정안을 왜 민정수석이 방송에 나와서 소개하고 지랄이야?’ 그러더니 영장 청구권 문제가 어쩌고 저쩌고 뭐 그러더라고. 그러더니 검경수사권 조정안이니 검찰 ‘권력’ 견제니 뭐 자꾸 그런 식으로 문제를 만드는 것 같아서, ‘글쎄… 저게 뭘 추구하는 건지 잘 모르겠더라고.’

아니, 그러더니 패스트트랙을 선거법개정안이랑 묶어서 정의당이랑 손 잡고 통과시키는 것까지는 그냥 이해했는데, 조국이 법무부 장관 임명된다면서 아주 온갖 화려한 장면들이 펼쳐지더라고. 결국 한 달 만에 사퇴하더군. 그리고 작년 딱 이맘 때쯤 해서 아주 난리가 나더구만. 연동형비례대표제가 왜 그렇게 복잡한 거냔 말이지. 그냥 모양새 갖추기 위해 무슨 몇 석에 캡을 씌우느니 하는데, 참 속으로 ‘애쓴다, 애들 써.’ 하면서 혀를 차고 말았지. 그러더니 아니나 다를까, 비례위성정당이라는 듣보잡 정당을 만들어서 정의당 등을 쳐먹었지. 결과는 그때나 지금이나 정의당 여섯 석. 참 나, 어처구니 없더구만. 그 후로는 내가 더 이상 진보정당에 대해서 말을 안 한다.

황교안-나경원 남매의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정권더러 좌파독재라고 할 땐, 그냥 웃고 말았지. 그리고 지금도 문재인 정권이 좌파독재라고 하면 나는 그냥 웃는다. 문재인 정권-더불어당이 어떻게 좌파여? 그냥 패션 우파여. 그런데 공수처에 대한 약간 과장도 섞은 문제 제기는 그냥 ‘황당한 프레임’이라고 하기엔 좀 정당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지. 그리고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이 바로 조국 민정수석-법무부장관 소동이었다는 점은 누구나 알겠지. 왜냐하면 문재인 정권이 조국이란 인물을 통해 드러낸 법과 범죄에 대한 관점이 결코 진보적이지도, 사회적 약자를 위하는 것도 아니고, 정의롭지도 않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지. 뭐라고 할까? 다분히 고급 교육을 받은 도시중산층, 신종 엘리트 층의 심리가 반영된 차별적인 태도, 범죄에 대한 낙인 효과, 그런 발상이 엿보였지. 검찰 개혁에 대해 별로 깊은 고민도 없어 보였고. 어쩌면 그런 부분에서는 윤석열 총장이 더 진보적일 수도 있어.

그리고 검찰을 하나의 ‘권력기구’로 보는 그런 관점, 이것이 별로 세련되지 못한 철학이라고 난 보았던 것이여. 검찰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공수처가 필요하다는데 말이여, 그 방법이 공수처밖에 없냐 그래? 아주아주 많을 텐데? 진지하고 토론하고 지혜를 짜낸다면 말이여. 검찰총장을 직선으로 뽑는다든지, 시민들이 부당 수사나 기소에 이의를 제기하고 견제할 수 있는 요소를 도입하고, 검찰 조직 내부에서도 수평적인 의사소통 문화가 생겨나고, 검찰 내 인사제도에 뭔가 혁신이 생겨나고,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는 정치력-경제력-사법 카르텔을 해체하여 피플(people)의 권익을 보호하는 조직으로 거듭나면, 아 그것이야 말로 강력한 정의의 검찰로 새로 태어나는 것이지. 뭐 나는 법률 지식이 부족한 일반 시민이라 공부 좀 더 해야 해서, 논문 몇 편도 읽어 보고 한 것밖에 없다.

그런데 검찰권력을 견제하겠다는 명분으로 공수처를 만든다는 건, 수사권 남용으로 기본권과 인권 침해가 일어나고 정치 대립이 격렬해지게 만들 게 뻔해 보이더라고. 한국 정치가 얼마나 대립이 심하냐. 분단된 나라에서 공안 조작, 정적 제거, 상대당 비방하기 등등 끊이질 않고, 선거 때마다 정책 선거나 쟁점 토론도 없이 표를 얻기 위해 이벤트로 전락하는 경험들… 공안 조작 같은 경우 그 출발이 어디서 시작되었냐? 중앙정보부-안기부-국정원-경찰에서 시작해서 강압수사, 고문, 자백 받아내기 등등해서 검찰로 넘겨서 기소하지 않았냐? 그리고 대부분 정권의 위기 대처용 사건이 많고, 그런 거는 검찰만 탓할 수가 없는 것이여. 검찰 꺾어보겠다고 길길이 날뛰는 사람들 보면 좀 유치해 보여. 그렇게 해서 어떻게 집권을 해서 한 나라를 통치한다는 거여?

이 정권 들어서 헌법에도 없는 독립 수사기구를 만드는데 더불어당 하는 말은 그냥 위헌이 아니래, 그냥 해묵은 논쟁이래. 위헌이 왜 아닌 근거를 대야 하는데 그냥 아니래. 참 나 이거. 그리고 추천위원회가 성과가 안 나오고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왜 이렇게 빨리 안 되냐고 재촉하니까, 또 권력형 비리 수사 들어오기 전에 빨리 만들어야 하니까 결국 법을 또 바꿔. 참 유치하고 웃긴 일이지.

공수처 그거 잘 되겠냐? 왠지 몇 년 후에 폐기되거나 검찰로 흡수통합될 것 같다. 도대체 뭘 추구하는 정권인지 난 정말 모르겠다. 정의당은 왜 공수처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노회찬 의원 이야기, 6411번 버스 이야기 그만 하고, 그건 알겠으니까, 이제 살아남은 자들로서 한 번 생각을 말 좀 해봐. 그냥 막연~~하게 공수처가 필요하다고 하지 말고.

나는 검찰 내부의 개혁과 민주화를 정당과 시민사회와 정부의 토론을 거쳐서 장기적으로 10년 계획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니, 여섯 석 의석인데 뭐 그렇게 꺼릴 게 있고, 잃을 게 많냐? 어차피 더부러당이 170석도 넘는데 뭘 도와주고 협력을 할 게 있다고. 1987년 이후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이후 그쪽 계통 정당한테 한두 번 당하나, 한두 번 당해? 더부러당은 그냥 리버럴도 아니고 그냥 신종 기득권 정당이여. 협조할 게 뭐가 있냐? 계속 끊임없이 비판하고 또 비판하고 해서 쟁점을 만들어서 대안을 만들어야지. 으이구… 참 나. 그게 힘들면 그냥 정의당도 리버럴 노선으로 가라. 내가 좌파 정당을 하나 만들든지 해야 쓰겠다.

[2020.12.10,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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