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적 수사기관’이라는 관념은 곧 판타지

요즘 벌어지는 정치 분란이 바로 공수처 이후의 미래다. ‘통제받지 않는 수사기관’은 권한을 남용하고 인권을 침해하게 된다. ‘독립적 수사기관’이라는 존재 근거를 내세워 권력 투쟁의 장으로 민주 시민들의 삶을 시험대에 올려놓겠다면야 마다하지 않겠지만, 그러한 독단적 발상과 집착은 판타지로 끝나게 됨을 깨달을 것이여. 그러나 그날이 오면 이미 때는 늦으리.

<검찰청법>과 <검사징계법>

검찰청법 제4조(검사의 직무) ①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다음 각 호의 직무와 권한이 있다.

1. 범죄수사, 공소의 제기 및 그 유지에 필요한 사항

2. 범죄수사에 관한 사법경찰관리 지휘·감독

3. 법원에 대한 법령의 정당한 적용 청구

4. 재판 집행 지휘·감독

5. 국가를 당사자 또는 참가인으로 하는 소송과 행정소송 수행 또는 그 수행에 관한 지휘·감독

6. 다른 법령에 따라 그 권한에 속하는 사항

② 검사는 그 직무를 수행할 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주어진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검찰청법 제43조(정치운동 등의 금지) 검사는 재직 중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할 수 없다.

1. 국회 또는 지방의회의 의원이 되는 일

2. 정치운동에 관여하는 일

3. 금전상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일

4. 법무부장관의 허가 없이 보수를 받는 직무에 종사하는 일

검사징계법 제2조(징계 사유) 검사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그 검사를 징계한다.

1. 「검찰청법」 제43조를 위반하였을 때

2.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하거나 직무를 게을리하였을 때

3. 직무 관련 여부에 상관없이 검사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

<개정 직전 현행 공수처법>

제3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설치와 독립성) ① 고위공직자범죄등에 관하여 다음 각 호에 필요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수사처”라 한다)를 둔다.

1. 고위공직자범죄등에 관한 수사

2. 제2조제1호다목, 카목, 파목, 하목에 해당하는 고위공직자로 재직 중에 본인 또는 본인의 가족이 범한 고위공직자범죄 및 관련범죄의 공소제기와 그 유지

② 수사처는 그 권한에 속하는 직무를 독립하여 수행한다.

③ 대통령, 대통령비서실의 공무원은 수사처의 사무에 관하여 업무보고나 자료제출 요구, 지시, 의견제시, 협의, 그 밖에 직무수행에 관여하는 일체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22조(정치적 중립 및 직무상 독립) 수사처 소속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외부로부터 어떠한 지시나 간섭을 받지 아니한다.

제32조(징계사유) 수사처검사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그 수사처검사를 징계한다.

1. 재직 중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때

가. 정치운동에 관여하는 일

나. 금전상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일

다. 처장의 허가 없이 보수를 받는 직무에 종사하는 일

2.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하거나 직무를 게을리하였을 때

3. 직무 관련 여부에 상관없이 수사처검사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

위 조항들을 비교해 보면,

1. 검찰청법 제4조 2항은 검사의 직무와 관련하여 ‘권한 남용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반면 현행 공수처법 22조는 명시적으로 권한 남용을 하지 말라는 규정은 없고 ‘외부로부터 어떠한 지시나 간섭을 받지 않는다’라고 하여 제3조 2항 “수사처는 그 권한에 속하는 직무를 독립하여 수행한다”는 취지를 재차 강조하고 있다.

2. 검사징계법 제2조의 징계사유에 따라 검사가 검찰청법 제43조 상 국회 또는 지방의회 의원이 되거나 정치운동에 관여하면 징계 대상인 반면, 공수처법 32조의 징계사유 상 수사처 검사는 정치운동에 관여하면 징계 대상이 되지만 국회 또는 지방의회 의원이 되어도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는 조항은 없다.

이렇게 볼 때, 수사기관의 정치적 중립성과 권한남용 방지 면에서 <검찰청법>과 <검사징계법>이 <공수처법>보다 더 엄격한 규정을 두고 있다. 게다가 수사처검사 중에는 현직 국회의원 중 변호사 자격을 10년 이상(개정안에는 7년 이상으로 낮추었다고 함) 갖춘 사람도 임용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검사에 대해서는 현재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의 경우 검찰총장을 통해서만’이라도 지휘를 할 수 있다. 이는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도 판결 내용에서도 밝혔듯이, 법질서 수호와 인권보호, 민주적 통제라는 목적을 위해 필요최소한이나마 견제할 수 있는 수사통제 장치이다. 반면 공수처의 수사에 대해서는 통제 장치가 없다고 봐야 한다.

결론적으로 공수처는 정치권력의 압력에서 벗어나기 힘든 일종의 정치적 사정기관이 되리라 본다. 민주주의 발전 기준으로는 개발도상국, 후진국형 법률이다. 검찰만 있어도 충분히 고위공직자의 범죄는 수사하고도 남아야 한다. 정치권력이 방해만 안 하면.

검찰청과 공수처, 경찰, 법무부의 대립과 갈등, 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정치 분란이 뉴스 거리로 계속 나올 것이다. 그러면서 정당과 의회를 중심으로 하는 리더십, 통치권력의 리더십이 상실되고 그 파급 효과가 사회 전반에 미칠 것으로 사료된다.

12월 9일 본회의나 임시국회를 통해서 공수처법 개정안(현행 공수처법보다 더 개악)이 통과된다면, 정치 진영들 간에 지난하고 격렬한 대립 전선이 그어진다. 이런 예상도 아주 약과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반독재민주화 투쟁하면서 낡아빠진 민주대연합 노선을 우려먹는 더불어민주퇴행당을 비롯한 패권 진영들과 청와대, 법무부의 정치 기획이 통할지 모르겠다. 아직도 한국 시민들의 의식이 30여 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기를 바라는 모양이여.

[2020.12.0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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