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자문: 2002년에 권영길 후보를 찍었어야 했나?

요즘 종종 드는 생각:

차라리 2002년 대선 때 노무현이 당선되든 이회창이 당선되든,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나아지셨습니까?” 하며 호소했던 권영길 후보를 찍는 것이 맞지 않았을까? 하고 회한 섞인 자문을 한다.

총선이나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과 그 후속 진보정당들에게 정당 투표만 하지 말고 지역구 후보에도 그냥 소신 투표를 계속하고 심정적으로나 실질적으로 더 적극 후원하고 지지하고 참여할 걸 하는 뒤늦은 자문을 하게 된다.

그랬더라면 지방선거에서 더 많은 기초의원, 광역의원, 자치단체장, 의회 의원들을 배출하고 지역에서 지지 기반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몰랐는데, 나 역시도 어떤 ‘위기론’에 흔들려 지역구는 민주당 계열, 정당 투표는 진보정당이라는 소극적 자세에 갇혀 있었다. 투표하고 나서도, 선거가 다가올 때마다 그다지 개운하지가 않았던 거지.

노무현 정권이 탄핵에서 살아나고 열린우리당이 과반을 확보한 후, 오히려 개혁에서 후퇴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미 FTA에 몰입하고 비정규직 보호에 소극적이고 빈부 격차가 벌어지고, 대통령이 시민운동가도 아닌데 구태여 조선, 중앙, 동아일보를 비롯한 언론들과 충돌하고, 임기 말에는 대연정까지 거론하는 걸 보면서 사실 체념하게 되었다.

민주노동당이 2000년경 출범할 당시에는 관찰자 시점에 더 가까웠고 이른바 진보대중정당이 성장하길 바라긴 했는데, 뭔가 시기가 이르고(?) ‘작지만 탄탄한’ 그런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래도 좀 더 참여하는 주체로서 적극 지지하고 전략적 투표가 아닌 일관된 소신 투표를 했더라면 이번 총선처럼 안타까운 결과로 남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구나. ‘시민’이란 단어만 자꾸 써먹으면, 적극적인 정치 주체로서 참여하는 주인공이라는 느낌이 잘 안 든다는 거지.

더불어시민당, 미래한국당이라는 ‘의석 다 걸기’ 반칙 꼼수 정당을 낳은 선거제도의 헛점과는 별도로, 2020년 총선 결과 정의당이 얻은 6석은 참 난감하고 실망스러운 게 사실이야. 그 외 소수 진보 또는 개혁 정당들은 존재감이 더 없었으니, 2022년 지방선거까지 지역사회에 파고들어 소통과 참여를 강화하지 않는 한 힘들다는 생각을 한다.

한국의 내용도 없는 리버럴 세력, 구태의연 보수 세력 모두 패권주의 정치 세력들이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한겨레, 경향, 조선, 중앙, 동아, 심지어 오마이, 프레시안, 민중의 소리, 그리고 방송사들과도 싸울 날이 올지도 몰라.

여튼 간에 의회라는 틀에만 몰입해서 의석 수에 연연하지 않는 강하고 유능한 정당을 만들기 위해서 더 광범위하고, 장기적이고, 고유한 정치 영역을 새로 개발해내야 돼. 의회에 진출한 정의당은 패권주의 리버럴 세력, 낡아빠져 몰락한 보수 세력과 선을 확실히 긋고 향후 4년 동안 지난 20년을 새롭게 복원하는 길을 뚫어라. 4년은 긴 세월이다. 2000년 민주노동당 출범 당시 함께 했던 20대와 30대 초반들이 40대 후반, 50세가 넘어가는 때이다.

– 지적으로, 실무적으로, 대중과의 소통력에서 능력을 배가하라!

– 사용하는 언어도 기존 언론과 사이비 지식인들이 만들어내는 얄팍한 단어들을 멀리하고 자기만의 소통 형식을 만들어라!

– 내용도 없는 공허한 ‘민주주의라는 단어만’ 주문처럼 외는 세력들과 차별되는 신뢰받는 지도력을 쌓아라!

– 지역 주민들의 관심사와 현안과 생활양식을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조사하고 평가하고, 거대 정당들의 의정 활동과 정치 방식의 한계 항목들을 평가하여 정의당과 진보 세력만의 우위를 확보하라!

[2020.04.19,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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