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제헌의회 의원 수는 200명인데, 당시 남북총선거를 염두에 두고 북한 몫 100석을 남긴 상태였다. 당시 남북 총인구는 2천만 명이 넘는 수준인데 300석을 배정한 것이다. 그런데 70년이 지난 2020년 국회의원 수가 300명이다. 한 마디로 정상이 아니다. 당시 제헌의원들이 지금 살아 있었으면 혀를 찰 노릇이다. 그러니 의원 수 늘리면 ‘국민들’이 반대한다고 우기지 좀 마라.
그럼 왜 기존 정당들은 의원 수 늘리는 데 주저하거나 반대할까? 아마도 세비가 줄고 국회의원이 누리는 여러 지위와 권한과 혜택, 그리고 어떤 기득권을 유지하는 데 방해가 되니까, 여론을 핑계 대면서 의원 수 안 늘리려고 버텨온 것이지.
70년이 지나 인구는 두 배가 늘었다고 하면 단순하게 생각해서 600석은 되어야 정상 아니냐? 적어도 인구 구성과 경제적 구성, 사회 계층, 직업 분포도 등 여러 요소 고려해서 의회의 비례성을 높여야 한다.
지역구는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 비례대표 겨우 47석, 그것도 30석에 캡인지 뭔지 씌워서(캡cap, 난 그냥 할 말을 잃고 지켜보아야만 했다) 복잡하게 계산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위성 로또 의석 당첨당 만들면 되겠냐?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아마 이 과오에 대해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야.
어떻게 집권 당이 300석의 60%인 180석을 장악하냐? 그리고 정의당 2%인 6석, 또 다른 나머지 두 개 위성 로또 정당 국민의당 1%인 3석, 열린민주당도 3석, 민생당 0석. 나머지 소수 정당인 민중당 1% 대, 녹색당, 노동당, 미래당 각각 0점 이하 소숫점 지지율.
민주당 180석이라는 비율은 다음 의회에선 가능하지도 않아. 아무리 정치를 잘해도 그건 의회에서 토론과 입법이 되기엔 너무 이상한 구조야. 그런데 지금 민주당이 그렇게 정치를 책임감 있고 세련되게 잘 하는 것도 아니지. 다음 국회에서는 그 정도 의석 절대 얻을 수가 없을 거야.
그럼 이번 총선 결과는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의 자승자박으로 더불어민주당에게 안겨준 선물이야. 코로나 19로 불안한 시기에 뚜렷한 대안도 제시 못하면서, 아직도 탄핵 이후 심도 깊은 반성에서 나오는 새 출발도 하지 못한 채, 정부에 대한 반대 선전에만 몰입해 왔으니 사람들은 ‘안 되겠다, 쟤네들한테 의석 많이 주면 큰일 나겠다. 이 기회에 확실히 해두자.’ 하는 심정으로 투표를 했나 봐.
결론적으로 정책 대결, 민주적 토론과 결정, 시민적 정치적 의사 통로 보장을 위해 의원 수를 늘리고 비례대표성을 강화하라. 2024년 총선거에는 적어도 지역구 253석 + 지역구의 절반 127석은 비례대표 = 380석이 필요하다. 비례대표는 정당 득표율을 반영하되 이번처럼 복잡하게 하지 말고 좀 더 단순하면서도 합리적인 비례성을 적용하라.
[2020.04.16, 2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