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면서 코로나 확산을 빨리 막아보겠다는 정책적 의욕 때문인지, 아니면 당국의 불안감 때문인지 자가격리 당하는 시민에게 전자 팔찌까지 도입하는 문제로 여론 조사를 했다는 뉴스를 보다.
참 심각한 발상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시민들은 전염병에서 심리적으로 보호되고 존중받고 지지받아야만 안심하고 방역에 자발적으로 협조한다. 너무나 당연한 것 아니냐? 그런데 관리를 전자적 감시 수단으로 편하게 하려고 지금 같은 상황에서 여론조사까지 해서 결정에 참조하겠다는 발상은 어느 머리에서 나온 것일까?
이런 문제를 여론 조사로 물어보는 의도가 뭐냐? 그야말로 정책 당국의 인권 감각의 결핍만 드러내고 신뢰성을 떨어뜨린다. 신뢰가 떨어지면 당연히 방역과 치료 효과는 떨어진다.
만약 검사 결과가 양성이라면 감시 수단의 신체적 구속으로 인해 당사자들은 적잖이 고립감과 압박을 느끼고, 예민해진 상태에서 증상이 악화될 가능성이 많은 것 아닌가? 음성이라 하더라도 14일이라는 시간에 느끼는 심리적 압박감은 사람에 따라서는 커다란 고통을 줄 수 있다. 역지사지 해봐라.
사람은 움직이는 존재이고 사실 일하고 활동하지 않으면 병드는 존재다. 지금은 사태가 워낙 심각하니까 자제하고 협조해 왔지만 시민들은 수도자가 아님을 좀 생각하길 바란다.
최근 자가 격리를 어긴 내외국인에게 법적 제재를 가하고 추방도 하던데, 정부가 해외 언론의 긍정적 평가에 고무되어 성과주의 편향에 들뜬 것인지, 어떤 불안감 때문인지 과잉 조치를 하는 것 아닌가 점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자 팔찌를 손목 밴드로 이름만 바꾸면 뭐가 달라지나? 심리적 압박으로 증상이 악화되거나 하면 나중에 누가 책임지나? 여론조사를 할 게 있고 안 할 게 있다. 핸드폰 위치 추적하고, CCTV 뒤지고, 신용카드 사용 기록까지 조회하게 만드는 나라는 지금까지 한국밖에 없다. 사실 그렇게 자랑할 일이 못 된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미국, 영국 모두 한국의 동선 추적 방식을 참조만 할 뿐이지 아직 도입조차 하지 않고 있다. 정치적 합의도 안 되고 반대 의견이 아직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신체를 고립시키지 말고, 사람들이 지지받으면서 스스로 보호하고 안심하고 치료받게 하라. 차라리 대규모 감염이 걱정된다면 중국이나 스페인이나 몇몇 국가처럼 대규모 임시 병상을 마련해서 경증은 집에 있지 말고 즉시 입원하여 가족 간 감염을 막고, 중증 이상은 일반 병원으로 빨리 입원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적어도 함께 병마와 싸우는 이들과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지 않겠는가?
어처구니 없는 손목 밴드 전자 팔찌 발상 철회하라.
[2020.04.09, 2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