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반대함: 이대로 가면 제 기능 힘들다

애초부터 나는 공수처가 꺼림칙했어. 다만 새로운 정부하에 개혁에 대한 기대 정서, 검찰도 대놓고 반대하지 않는 상황 등 고려해서 지켜볼 뿐이었지. 그러나 난 공수처 반대야. 게다가 막판에 검찰, 경찰에서 공직자 범죄 혐의 파악 시 공수처로 통보하는 의무 조항을 신설한 게 아무래도 문제가 심각해 보여. 대한민국 대통령은 권한이 너무 세거든. 교묘하게 수사에 영향을 미칠 게 뻔해.

추천위원 7명 중 야당 몫 2인, 그중에서 여당과 가깝거나 정치적 이해관계 논리로 움직이는 야당 인사가 찬성해 버리면 사실 야당 몫은 무력화되는 것이지. 거기다가 국회 동의 없이 인사청문회만 거치기로 했다면서. 대통령이 선호하는 사람이 공수처장 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봐.

조국 사태 이후 법무부에서 수사 보고하라는 규칙도 만들려고 했고, 피의사실 공표 금지하기 위해 오보 내는 언론사는 검찰 출입 금지시키려다 비판하니까 철회하고, 현재 언론의 취재도 상당히 제한되어 있지. 검찰 측도 공수처 범죄 혐의 정보 통보 의무로 인해 공수처가 수사 컨트롤 기관으로 변질되기 때문에 정부 조직 체계와 원리에 반한다고 했다며. 그게 무슨 소리겠어. 정부 조직 체계 원리는 헌법과 법률에 근거하는 것인데 위헌 소지가 크다는 거지.

일년 내내 극단 대결 정치가 벌어진 상태인데 과반수 겨우 넘겨서 통과되면 그 후엔 자유한국당이나 기타 보수 정당이 가만히 있을까? 공수처 기능에 계속 문제 제기하고, 문재인 정부 관련 고위 공직자에 대해 어디 한번 수사 제대로 해보라고 또 공수처에다 고소, 고발 남발하지 않는다고 장담 못하지. 공수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수 있어. 공수처가 20년 넘게 숙성된 충분한 논의를 거쳤다고? 문제가 많으니까 20년 넘도록 실현이 안 된 거 아냐? 이런 법안은 과반수가 아니라 국회의원 3분의 2 가까운 찬성이 나와도 여전히 부작용 배제 못할 것 같은데. 촛불 항쟁 이후 생겨난 개혁 열망 분위기를 타고 대한민국 정치 주류로 등극하려는 민주당 중심 세력들이 밀어붙이는 걸로밖에 안 보이는데 어쩌라고. 검찰 개혁한다고 밀어붙이면서 야당이랑 계속 대립하다가 결국 내년 총선까지 가면 정책 대결은 또 물건너 가지.

또한 검사, 경찰, 판사에 대해 직접 기소가 가능하게 한 상태인데 특히 사법 기능이 지금 같은 대결 정치 국면에서 위축되지 말라는 법이 없어. 검찰의 수사 기능, 경찰의 수사 기능, 법관의 독립적 판결이 흔들리고 정권 편향적 판결로 흘러버리면 이것이야 말로 개혁을 거스르는 사태이지. 그 흐름을 타고 야당이 또 목소리 높이면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대통령 권력을 중심으로 패권 정치가 부추겨지고, 그러다 보면 삼권분립 원리가 흔들리지. 과연 이것이 문재인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국민’의 개혁 열망, 촛불 민심에 부합하는 것인가?

지금 대북 관계, 대일 대미 대중 관계 등 외교 문제, 경제 환경 변화 문제, 일터 안전과 시민을 위한 사회 공공 서비스의 질 저하 문제, 교육 평등, 세대와 계층 간 조화 문제, 부동산 문제 등 절박한 게 많은데 어떻게 공수처 하나 가지고 대결 난리인지 모르겠어.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서 엄정한 공직자 감시와 수사가 있었다면 국정농단 사건을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했지만, 왜 아직도 특별감찰관을 3년 다 되도록 임명하지 않고 있는 거지? 이런 게 이해가 안 되는 거야. 자유한국당이 목소리 높이게끔 명분을 막 주고 있어. 국회가 추천해야 한다고 버틸 문제가 아니라는 거야.

국정농단, 즉 대통령 권력 남용과 뇌물 수수를 비롯한 부패는 결국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기 때문이야. 사법적 견제와 수사는 그 결과로서 따라와야 하는 것이 정상이지. 박근혜 정부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 민주당이 야물딱지게 제대로 견제하고, 새누리당이 민주정당으로서 제대로 청와대와 정부에 고언하고 비판했으면 대통령이 공무원 아닌 사인과 그렇게 오랫동안 국정을 농단할 수는 없었다는 거지.

개인적으로 국회 구성의 대표성을 인구와 사회 계층 및 직업 구성 변화에 맞추어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패스트 트랙 절차가 그저 잘 처리되길 바랐는데, 그렇게 심하게 충돌할 줄이야. 그래도 어쨌든 패스트 트랙에 올라는 갔으니까 법정 시한에 본회의에 상정되기 전에 대통령과 여당이 야당과 협상해서 정치력을 발휘하길 바랐어. 그런데 조국 사태 이후 상황이 틀어져 버린 거야. “법무부는 법무부의 일을 하고 검찰은 검찰의 일을 하면 된다”는 대통령 논리의 결과라고 봐.

나는 검경수사권 조정 역시도 수사권 조정은 개혁적으로 하더라도, 경찰 수사의 통제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런 문제에 대한 논의를 각 정당과 의회가 이성적으로 다루고 검찰, 경찰을 청와대와 정부가 잘 이끌길 기대했던 거지. 그런데 왜 그렇게 검찰에 공격을 하고 달려드는지 참 답답하기 그지 없어. 진 모 씨는 친문 패권 세력이 간신들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하던데, 더 본질적인 것은 촛불 항쟁 이후 이 나라에서 가장 큰 권한과 책임을 소유한 문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 부족을 비판해야 한다고 생각해. 독설만으로는 이 상황을 극복하기 힘들어.

국회에 강렬히 촉구한다. 공수처 법안 부결시켜 폐기해라. 아니면 법무부 장관 청문회 이후로 미루어서 법안의 심각한 문제들을 해소하라. 난 공수처 반대, 경찰 수사에 대한 통제는 꼭 필요함, 이걸 요구한다.

[2019/12/29 00:13]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