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논쟁에서 소비와 생활양식을 중심에 놓는 것은 오류

유럽 좌파의 유력 정치인 가운데 한 사람, 독일 좌파당(Die Linke)의 원내대표였던 사라 바겐크네히트(Sahra Wagenknecht)는 어느 인터뷰에서 독일 녹색당의 기후 논의가 단편적이라면서 아래와 같은 견해를 밝혔다

출처: https://www.focus.de/politik/deutschland/politik-die-klimadebatte-wie-die-gruenen-sie-fuehren-ist-voellig-verkuerzt_id_10898409.html):

CO2에 대한 세금이 기후 논쟁의 주요 요구가 되면 전기와 석유가 가계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빈곤층과 중산층에게는 부담이 된다. 다국적 기업과 맞서지 않고 ‘재생에너지 법률’에만 치우치는 환경정책은 향후 고려할 여지를 더 줄인다. 중산층과 가난한 이들에게 부담 지우는 기후 보호는 도덕적이지도 효과적이지도 않다.

일 년에 한 번 비행기 여행을 하면서 가끔 고기를 먹는 평균적 가정은 세계화의 기후 훼손 효과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유기친환경 가게를 이용할 능력이 없다. 생활양식을 문제의 중심에 놓고 소비를 중심에 놓는 기후 논쟁은 오류다.

임금이 최악이고 표준이 최하인 곳에서 생산하기 위해 아주 먼 곳에서 생산을 늘리는 기업들이 문제이다. 심지어 많은 대기업들은 일부러 제품 수명을 줄여서 수익을 얻으려 한다. 시장에서 최신 모델이 빨리 나오게끔 하기 때문이다. 모든 생필품이 두 배 더 길게 사용되면 온실가스를 반으로 줄일 수 있다.

대도시에서 살면서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걸 모두가 하긴 어렵다. 녹색당이 기차 구간을 줄이는 데 개입하지 않은 결과 시골 지역에서 구간이 줄고 말았다. 이런 지역에서 살면서 자동차가 필요한 사람들을 내려다보듯 하는 것은 오만한 태도이다. 좌파는 엘리트 층의 이익이 아니라 탈락 위기에 놓인 중산층과 빈곤층을 대변해야 한다. 녹색당은 오늘날 수입이 좋은 고등교육층에게 압도적 지지를 받는다. 그런 사람들은 아마도 해마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휴가를 보내다가 이제 그것조차 힘들어질까봐 걱정하는 사람들과는 전혀 다르다.

에너지 전환 문제는 신기술 연구에 더 많은 국가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마리아나 마주카토가 <<국가의 자본>>이란 책에서 입증했듯이, 근본적인 기술 돌파구는 지금까지 국가에 의해 재정 지원이 이루어졌다. 독일의 전기 사용자는 재생 에너지 비용으로 수십억 유로를 지불하는데 그중 대부분은 태양 모듈 연구나 전혀 새로운 기술 발상에 투자되지 않고, 해당 지역에 풍력 바퀴가 있는 대토지 소유자에게 흘러든다.

대규모 기술 전환은 국가만이 달성할 수 있다. 민간 자본에게 미지의 분야에 대한 연구는 그저 매우 불확실해 보일 뿐이다. 디지털 경제의 빅5가 미국에서 생겨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국가가 실리콘 밸리를 막대하게 지원했기 때문이다. 독일과 유럽은 이런 점에서 거듭 실패했다.

녹생당이 진지한 환경 정책을 다룬다는 전제는 오류이다. 우리는 그들이 통치하는 지역에서 예전에 약속했던 것과 반대 일을 하는 것을 계속 경험하고 있다. 함바허 숲(Hambacher Forst) 벌목의 경우, 수백 년 된 이 숲을 벌목하는 것을 사민당(SPD)와 녹색당이 구성한 지방정부가 결정했다. 나중에 녹색당은 자기들이 그런 결정과 아무 관계가 없는 양 행동했다.

참조: 사라 바겐크네히트가 모든 녹색당, 사민당 정치인을 싸잡아 비판하지는 않는다. 중앙 정치 무대가 아닌 지방 단위에서 좌파적 정체성을 잃지 않고 활동하는 이들도 많다. 바겐크네히트는 사민당이 지금보다 더 독일의 사회국가(Sozialstaat) 전통에 충실해야 독일 전체가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정치가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독일 정치에서 논쟁적 인물인 바겐크네히트는 메르켈의 난민 정책을 비판하면서 당 안팎에서 공격도 많이 받았지만, 언론과 방송 토론에 단골로 등장하고 늘 관심과 의견 청취의 대상이 되는 인물이다. 국민경제학자로서 그가 쓴 저서 “Reichtum ohne Gier: Wie wir uns vor dem Kapitalismus retten(탐욕 없는 부: 어떻게 우리는 자본주의에서 구원될 것인가?”)가 한국에서도 번역되었다.

도서명: “풍요의 조건: 자본주의로부터 우리를 구하는 법”

드는 생각:

한국의 기후 변화 정책 수준은 사실상 바닥이다. 일기예보에서 이제 미세먼지 농도 알려주고 마스크 쓰고 어쩌고 저쩌고, 비닐봉투 사용하지 맙시다 캠페인, 서울의 어느 유명한 시민도서관은 물 먹어야 하는데 종이컵 없애 버려서 그 도서관 안 가고 싶게 만들대. 커피 마시려면 컵이나 물병 들고 다니라고 보여주기 식 생활 캠페인 하지.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량은 세계 정상을 다투지. 수명 다 된 원전 하나 폐기하려고 해도 아주 큰일 나는 것처럼 난리다.

석탄발전소에 대한 규제는 먼 이야기고 바로 그 석탄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 위험 작업에 투입된 비정규 노동자 김용균 씨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젊은 나이에 비참하게 갔지만, 원청에 대한 처벌 강화, 해당 업무에 대한 기준 적용 등이 한참 못 미치는 법률 개정안을 시행한다면서 뭐라도 한 것처럼 홍보한다.

에너지 전환 기술을 위한 정부의 직접 투자, 육성 정책은 무엇이 있을까? 수소차, 전기차 뭐 그런 거냐? 그건 현대기아차 같은 대기업에서 하는 신제품 잔치겠지. 지열발전소에 물 잘못 투입해서 지진이 유발되어 주민들이 불안에 떠는데 정부의 대책은 뭔지 잘 모르겠다. 한국 재벌들이 다국적 기업으로서 싼 임금으로 해외에서 생산하는 핸드폰이나 기타 물품들도 끊임없이 제품 주기를 줄이겠지.

그레타 툰베리가 산 넘고, 물 건너서, 바다 건너서, 요트를 타고 호소하고, 유럽과 미국에서 기후변화 대책 마련하라고 시위를 하지만, 국가가 기업을 규제하지 않고 에너지 전환을 위한 기술과 인력 양성에 직접 투자하지 않는 한 세계 자본주의 파행에 따른 기후변화는 결코 막을 수 없을 것 같다.

전쟁이 아니라 재해와 기후변화, 식량과 농업 문제로 결국 인류는 위기와 분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중국, 러시아, EU 국가들, 일본 같은 경제적 풍요를 누리는 나라들, 그리고 한국도 마찬가지로 이 문제에 대응해야 하고 한반도 비핵화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비핵화와 군축에서 절약되는 비용으로 당면한 지구 환경의 문제 연구와 대책 마련에 투자해야 한다.

[2019.12.23,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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