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3법: 위헌적이고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악법

실명은 개인을 지칭하는 이름인데 실명이 아니면 다 익명일 뿐이야. 필명이나 별명, 인터넷 아이디를 쓰면 그 이름의 주인을 식별할 수 없을까? 데이터가 쌓이고 관리자나 제3자의 의도가 개입하면 그것도 다 알려지지. 가명은 그럼 뭐야? 그것도 실명을 감추는 익명 수단이지. 아니면 가짜 인물로 행세하거나 남을 속일 때 쓰는 이름이던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국회의원들이 입법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데이터 3법들(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은 왜 가명을 통해 개인정보를 수집, 이용, 처리 등을 허용하려고 할까? 이유는 간단해. 차마 실명으로는 수집할 수 없는 민감한 정보들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지.

나이, 성별, 주소, 연락처, 건강보험공단에 쌓인 진료 관련 데이터, 통신사에 가입된 서비스와 이용 행태 관련 데이터, 은행 가입 정보와 신용 정보, 사용 중인 SNS, 직업, 결혼 유무, 사는 주택 유형, 소비생활 관련 정보, 위치 정보를 이용한 교통이나 이동 정보, 문화적 취향이나 정치적 이념적 성향 등등 헤아릴 수가 없는 무한대야. 모든 게 다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고 이런 정보들을 써먹어야겠는데 실명은 안 되니까 가명을 이용하겠다는 거지.

가명화된 개인정보의 주인이 누구인지 과연 식별이 안 되겠나? 데이터 결합 안 해도 그냥 추론으로 알 수 있고, 추론이 90% 이상 맞을 수 있고, 그것만으로도 이미 사생활 감시와 관리 효과가 나는 거지. 그 개인정보가 1대1로 들어맞지 않는다 해도 어느 범주와 부류에 들어와 있는가만 식별되면 그건 감시와 통제 효과가 나는 거야. 그리고 차별과 배제, 우대와 집단화의 경계가 임의대로 그어질 거야. 사회 분열을 조장하는 심각한 인권 침해 법안이지.

자기 나라 헌법의 개인의 사생활 보호에 관한 조항도 무시하는 법안이고, 세계 어느 나라도 사생활의 자유를 이렇게 공격적으로 침해하는 법안을 만들지는 못하거든. 나중에 유엔이나 EU에서 또 문제 제기 들어오지. 디지털 데이터로부터 개인의 인격과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유럽은 GDPR 조치를 시행하고, 미국은 구글이나 페이스북, 아마존 등 IT 대기업의 독점 조사도 하려는 마당에, 한국이라는 나라는 반인권적이고 위헌적인 법안을 만들어서 그걸 4차 산업혁명이니 혁신경제니 선전하고 있으니 뭔 난리를 치는 건지.

한국의 개인정보보호법이 엄격하다고 뻥치는데, 아니 주민등록번호 하나로 개인 식별 만능키로 쓰고 그것도 다 유출되서 은행도 기업도 손해배상하면서, 또 카카오니 네이버니 해가며 제3자 정보 제공 동의 여부도 거의 안 할 수 없게끔 무감각하게 처리하는 나라에서 무슨 소리야? 결국 대기업, 카카오, 네이버를 비롯한 온갖 IT 기업, 대형 금융기관들, 기업 논리처럼 운영하는 공기업들, 공공기관들에게 돈벌이 수단, 행정편의주의 수단만 늘려주는 법안이 될 것이고 국민의 사생활은 뚫리는 것인데, 이런 거야 말로 국가가 시장 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고 기업의 독점을 규제해야 할 경제민주화 헌법 조항 취지에도 어긋나는 법안이야.

정부와 청와대는 혁신 이벤트를 자꾸 하고 있는데, 요즘 배달앱, 공유경제 플랫폼으로 할당받아서 건수 채우느라 오토바이 노동자들이 시간 압박에 시달리고, 제대로 노동조건을 요구할 수도 없는 지위다 보니 하나라도 빨리 배달해야겠고, 그러다 보니 횡단보도 파란불 켜져도 지나가도 괜찮다 싶을 때는 막 지나간다고. 혁신은커녕 사회안전이 망가지고 있다는 거지.

디지털 정보화 사회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한다는 정치인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나? 데이터 정보를 위해 ‘가명’이라는 가짜 수단을 이용해서 개인의 사생활을 위협하고 거대 자본과 기업의 독점적 이익을 보장해주는 이런 법을 만들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자유민주주의자가 아니라, 친자본 거대 기업과 손잡고 정치적 기득권을 고수하려는 과두정치 신봉자들에 불과한 거지. 이런 정치 세력들이 데이터 3법 같은 문제를 만나면 민주주의는 허울이고 자유는 공허한 이상으로 해체되어 버리지. 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뿐만 아니라 이런 법안에 찬성하는 모든 정치인들은 4월 총선이 오기도 전에 심판받게 생겼어.

[2019.11.1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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