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의원과의 작별

때로는 능구렁이처럼, 평소에는 동네 아저씨처럼, 텔레비전 토론이나 국회 활동에서는 쟁점을 놓치지 않던 정의로운 대변인으로서 자신의 탤런트를 연소했던 노회찬. 지난 20여 년 국민승리 21과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진보정당 운동을 잘도 헤쳐왔기에, 당연했던 그의 존재에 대해 오히려 너무 무심했던 것 아닐까, 방심했던 것 아닐까 반성해본다.

그가 한 줄기 세찬 바람을 일으키곤 세상을 떠났다. 한국 정치의 고단함과 신념이 뒤섞인 약간의 피로한 얼굴에 배인 미소로 친근했던 그의 얼굴. 그의 얼굴 대신 마석 모란공원의 봉분을 기사 사진으로 봐야 하는 현실을 무엇으로 표현해야 할까… 뜨거운 태양에 지친 머리가 한 대 크게 얻어맞아 깨어난 것인지, 멍해진 것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의 한 주였다. 가슴에 또 하나의 큰 아픔을 안겨주고 떠나간 사람.

하지만 정치인 노회찬은 민중을 사랑했고, 힘겹게 이 사회를 떠받치고 굴려가는 일하는 사람들 속에 섞여 있음을 자랑스럽고 즐겁게 받아들였던 정치인이었다. 먹고 살아가는 현장의 희로애락을 알기 때문에, 정치인 노회찬의 유머와 위트 속에는 날카로운 메시지가 있었고, 그것이 비록 역경을 걷는 진보정당이지만 시민들과 한층 가까운 자리로 나아갈 수 있었다. 그의 정치는 권력을 향한 커리어 쌓기가 아니었기에, 진정 자신이 대변하는 이들의 희망과 꿈을 위해 스스로를 소진하는 진보의 아이콘이었다.

그분의 삶이 진정한 사랑의 정치, 참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분노할 수 있고, 울 수 있고, 웃을 수 있고, 정의롭고 평화로운 계획을 실천할 수 있는 정치 혁명을 일구는 밀알이자 거름이 되리라 믿는다.

무슨 말을 하리. 100세 시대라는데, 아까운 62세의 한창인 나이로 불꽃처럼 살다 간 정치인 노회찬. 내겐 아직도 어려운 시(詩), 하지만 왠지 며칠 마음을 계속 두드렸던 고(故) 김수영 시인의 시 한 편을 되새기며 그를 떠나 보낸다.

꽃잎(一)

누구한테 머리를 숙일까
사람이 아닌 평범한 것에
많이는 아니고 조금
벼를 터는 마당에서 바람도 안 부는데
옥수수잎이 흔들리듯 그렇게 조금

바람의 고개는 자기가 일어서는 줄
모르고 자기가 가닿는 언덕을
모르고 거룩한 산에 가닿기
전에는 즐거움을 모르고 조금
안 즐거움이 꽃으로 되어도
그저 조금 꺼졌다 깨어나고

언뜻 보기엔 임종의 생명 같고
바위를 뭉개고 떨어져내릴
한 잎의 꽃잎 같고
革命 같고
먼저 떨어져내린 큰 바위 같고
나중에 떨어진 작은 꽃잎 같고

나중에 떨어져내린 작은 꽃잎 같고

[2018.07.28,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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