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의 위치: 운전자보다는 ‘적극적 평화 관리자’가 더 좋다

지금 문재인 정부에 대한 약간의 우려랄까, 개인적으로는 아쉬움, 아니 못마땅한 바가 있다. 서두르는 경향이 있고 유리한 흐름의 ‘중심에 서고 싶어 하는’ 약간의 욕심, 강박관념이 있어 보인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이 시점에서 문재인 정부에게 ‘시간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역사적인 시기에 ‘시간을 앞당기려고 하면’ 오히려 시간의 흐름에서 밀려나 국제 정세에 끌려다닐 수 있다. 한국 정부가 뭔가 열심히 중재하고 운전하려는 모습이 조금 불안한 부분도 있다. 언론들도 문재인 정부더러 ‘운전하고 중재하라’는 무언의 압박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한국 정부가 ‘잘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 북한이라는 체제와 직접 마주해온 동아시아의 책임 있는 당사자로서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관리’하는 줏대와 지혜를 전통으로 만드는 것이다. 역대 정부 가운데 그나마 김대중 정부가 이런 역할에 충실한 바 있었고, ‘햇빛 정책’이라는 나름의 노선으로 미국도 북한도 설득할 수 있었기에 6·15 공동선언을 끌어내고 미국의 보수 정부에게도 북한에 대한 태도를 완화하도록 설득할 수 있었다. 물론 그 이후에도 역사는 순조롭지 않았고,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대북 문제를 완전히 국내 정치에 이용하다가 오히려 파탄이 나버렸다.

노무현 정부는 사실 김대중 정부의 햇볕 정책을 이어나가긴 했지만, 임기 말에 2차 남북정상회담이 어렵게 열리지 않았다면, 북핵 실험의 여파로 인해 큰 곤란을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정상회담 직전 지지율이 30%대 후반이었고, 노무현 대통령 때는 20%대였다. 정상회담을 한 뒤에도 지지율이 그렇게 크게 오른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 현재 문재인 정부가 80%까지 치솟은 지지율에 너무 기대거나 혹시 지지율에 대한 압박감 또는 강박관념 때문에 오버 페이스 하지 않길 바라고 있다. 무엇보다 장기적 관점을 갖고 시간을 관리하되, 운전자론에 스스로 말려들지 말고, 한반도 평화의 ‘적극적 관리자’로서 중심을 잡기를 바라고 있다.

또한 요즘 드는 생각은 북한 사회와 정치 권력체제를 좀더 장기적으로 심도 깊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 한 사람의 스타일에만 주목하여 어떤 전망을 추측하고 북한을 판단하기보다는, 좀더 역사적인 관점에서 북한이 그동안 어떻게 자기들의 체제를 유지하고 국제 정세에 적응해왔는지 알아야 할 것 같다. 한국 언론의 보도들과 외국 언론 보도들도 이런 부분에 대한 도움을 주는 기사는 찾기 힘들다. 물론 정보가 제한되어 있고 나도 잘 모르지만, 집단주의 사회,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북한식 민주집중제’로 움직이는 이 사회를 지금부터 연구하지 않으면, 앞으로 남북 교류와 협력을 하는 데도 지장이 생길 수도 있고, 아주 먼 미래에(빨라야 20년) 통일을 실현하는 과정도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부디 서두르지 말고, 시간을 가지면서, 적극적인 평화의 관리자로서 자기 사명을 충실히, 꾸준히 수행해 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2018.05.07,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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