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4차 토론회 이후 소감

TV 토론으로 정책적 철학이나 관점의 차이는 뚜렷해졌으나, 실제 정책 내용의 차별성이 부각되지는 못한다는 느낌이다.

일단 대북 외교안보 분야에서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퍼주기라는 홍준표, 유승민 후보의 주장은 과거 회귀적인 식상함과 근거 없는 일방성 면에서, 그리고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그토록 제재와 압박을 가하며 지원을 끊었지만 핵실험은 무려 다섯 차례 중 네 차례나 있었고 군사적 긴장은 더 높아졌다는 점에서 이제 설득력을 잃었다고 본다. 역시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의 전술핵 배치 주장은 문재인 후보와 심상정 후보의 논리에 판정패 당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로 합의해 나가는 경로에서 느닷없는 원리주의적 주장으로 들린다.

안보에 관해 현재 1, 2위 후보인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정책 담당자가 경향신문에 인터뷰한 내용이 차라리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문재인 대선후보 외교안보 정책 – 최종건 단장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4242232015&code=910110

안철수 대선후보 외교안보 정책 – 김근식 정책대변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4242232005&code=910110

안보 정책 기조나 방향 면에서 문재인 후보 쪽의 정책 자산이 더 탄탄해 보인다. 더구나 안보는 진보나 보수 할 것 없이 남북 특수 상황에서 예민할 수밖에 없는데, 안철수 후보의 이해도나 일관성이 너무 부족하고 피상적이고 불안하다. 아무래도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국정 운영의 제1 순위 요건인 국방-안보 문제에 대한 철학과 훈련이 안 되어 있고–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훨씬 준비나 철학 면에서 나아 보인다–더구나 한국의 대통령은 외교-국방-행정 면에서 막강한 권한을 가진 만큼 결단력과 치밀함, 일관성이 요구되는데, 이런 점에서 예측 가능성이 불분명하고 불안하다.

일자리 창출을 민간 주도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심상정 후보가 말한 대로, 국민경제의 3대 주체인 정부-기업-가계라는 관점에서 당연히 정부의 일자리 창출 대책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설득력 있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말하는 “일자리 창출은 민간이 하는 것이고 정부는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는 발언은 피상적이고 모호한데다, 정부의 기반 조성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자꾸 과학기술 R&D, 4차 산업만 반복하는데 아마 준비가 안 된 것 같다.

복지나 일자리 창출에 필요한 증세와 재원 마련에 대해 문재인 후보가 유승민 후보에게 “자세한 사항은 정책 담당자에게 문의”하라고 한 것은 잘못된 발언이다. 심상정 후보가 증세 대책을 확실히 밝히라는데 역시 “확인을 안 해보신 것 아니냐”는 식으로 해버리면 시청자는 답답하고 짜증난다. 정책도 정책이지만 대통령으로서 소통 능력에 문제 제기가 들어올 수 있다. 남은 2차 토론에서 선두 주자로서 여유와 좀더 치밀하고 지혜로운 소통 방안을 마련하길 바란다. 증세나 재원 문제에 대한 것은 구체적 수치를 통해 공방을 주고받는 데 머무르지 않으려면, 어떤 방식으로 어느 계층에게 거두어 그 혜택이 어떻게 돌아갈 수 있는지 경로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한데, 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에서 더욱 확실히 밝혀줘야 한다. 그래야만 시청자들에게 쟁점을 이해시킬 수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5-5-2 학제 개편은 이제 더 이상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여러 차례 토론으로 유승민 후보나 다른 후보들이 공교육 강화의 우선성, 학제 개편에 따른 혼란 조성 문제를 따졌는데 같은 말만 반복하니 정책적 타당성이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부인 채용 특혜 문제라든지 보좌관 부려먹은 것에 대해서는 “부부는 일심동체” 식으로 얼버무리지 말고, 본인이 직접 사과해야 한다. 심상정 후보의 지적대로 권력자가 공-사 개념이 뚜렷하지 않으면 권한이 집중된 대통령제 국가의 최고 책임자로서 자격 상실이다.

여러 가지 면에서 JTBC 토론회에서 심상정 후보의 안정된 활약이 돋보였다. 유승민 후보는 따뜻하고 건강한 보수라는 점을 경제 분야만이 아니라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에 제재와 압박 일변도의 대북 정책은 군사적 긴장만 높이고 한국 정부의 주도권을 오히려 잃게 만든다는 점이 증명된 것을 전향적으로 고려 좀 했으면 한다. 해외 외교 무대에 나가 한국 정부가 분단 국가 당사자이면서 윗동네 좀 강하게 압박하고 제재해달라고 가장 앞에 나서서 요청하고 다닌다는 게 참 비극적인 것 아닌가. 다른 나라들이야 자기들 안보 이익에 도움이 되니까, 아니면 잃을 게 없으니까 제재안에 찬성하겠지만, 속으로는 우습게 볼 수도 있지 않겠는가? 왜 일본은 가면 갈수록 노골적으로 독도는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고, 위안부 강제 동원의 증거는 없다고 발뺌하고 다니고, 소녀상 철거하라고 큰소리치고 다니는가? 보수 정치인들도 이런 문제에 대해 표 떨어지는 것만 생각하지 말고 한번 심각하게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남은 두 차례 TV 토론에서 미진한 쟁점들과 후보들의 소통 능력과 자질이 최종 점검되길 바란다.

[2017.04.26,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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