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구속: 타락한 한국 보수 정치의 운명

김영삼-김대중-김종필 3김 정치 이후 보수의 아이콘으로 영화를 누리던 박근혜가 서울구치소 독방에 수감되었다. 이는 박근혜 개인의 불행이나 정치적 몰락에 그치지 않는다. 타락과 무능을 감추어온 한국 보수의 ‘보복과 증오의 정치’가 각성된 주권자 시민들에게 결정적으로 심판받은 결과이다.

박근혜 정부 4년, 과연 내세울 만한 일말의 성과라도 있는가? 없다. 틈만 나면 입에 올리는 국민과 국가는 완전히 실종된 4년이었다. ‘국민’이란 용어를 남발하면서 구체적 현안들은 제멋대로 해석하고 주무르는 정치 세력들은 그래서 믿을 수가 없다. 자신들의 무능과 타락한 정치 기반을 감추는 용어가 ‘국민’ 그리고 ‘국가’가 된 것이 박근혜 4년이다. 그리고 자신보다 유능하고 소신 있는 사람들, 아니면 비판하는 사람들은 보복과 배제의 대상으로 삼아버렸다. 적대적 갈등을 부추겨 혼란을 키우고 그 혼란의 베일 뒤에서 권력을 사유화해온 타락한 보수 정치의 종말이 곧 박근혜의 구속 수감이다.

임기 초반부터 국정원 대선 개입 수사를 지휘하던 검찰총장을 뒷조사하여 사생활을 폭로하고 찍어내고, 소신껏 수사하던 수사팀장을 좌천시키고, 대선 토론 당시 자신을 공격했던 후보가 대표로 몸담았던 정당을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하여 해산시키고, 국가재난대응 체계의 마비로 대형 참사로 번진 세월호 침몰로 인해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유족들을 거리의 투사로 만들다 못해 불순 세력으로 낙인 찍고, 세월호특조위를 세금 도둑으로 몰면서 예산 압박과 활동 시한에 대한 자의적 유권 해석으로 결국 해산시키고, 자신이 속한 집권 여당의 원내 대표를 배신자로 낙인 찍어 핍박하고, 정윤회 십상시 문건이 폭로되자 사태의 본질을 뒤바꿔 문건 유출자를 색출하다가 해당 경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들고, 국정원 RCS 프로그램 도입이 폭로되자 담당 직원 또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종결하고, 경찰의 물대포 앞에서 쌀값 인상을 외치던 농민이 쓰러져 죽어도 사인이 조작되고, 끝내 한 국가의 역사마저도 사유화하겠노라 밀실에서 교과서 집필하더니만, 그러다가 자신의 또 다른 분신 최순실과 국정을 농단한 실체가 폭로되어 속절없이 자멸하고 말았던 이 정부. 열거하기도 번거로울 정도의 타락상을 보여준 정부였다.

한국 보수정치의 마지막 끝을 막장 드라마로 장식한 박근혜의 몰락은 이제 진정한 과거 청산의 시작이요 계기일 따름이다. 이승만은 파렴치한 부정선거로 권좌에서 쫓겨나 하와이로 망명갔고, 총칼과 탱크로 집권한 박정희는 부하의 총탄에 죽었고, 광주 시민들을 학살하고 철권을 휘두르던 내란의 주범 전두환도 감옥에 갔고, 그 후계자 노태우도 감옥에 갔다. 그리고 박근혜도 감옥에 있다.

박근혜 구속은 물론 헌법과 법률에 따라 운영되어야 할 정부조직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기업의 민원을 접수하여 뇌물을 받아먹고, 문화예술인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박해하고, 공직자들을 직권으로 찍어내고 몰아내는 등등 온갖 악행에 대한 한국 민주주의 제도의 정의로운 응답이다. 그러나 법률적 차원을 넘어서는 정치적 역사적 의미는 한국 보수의 타락상에 대한 깨어 있는 주권자들의 냉정하고 준열한 심판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이후 젊은 세대가 보수화되고 정치에 무관심한 것처럼 바라보는 시선들이 있었으나, 지난 5개월 남짓 촛불 항쟁에 합류했던 아이들, 청소년, 대학생부터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광주항쟁 이후 87년을 거쳐 일궈온 한국 민주주의의 유산이 몸과 마음에 깊이 새겨지고 계승될 수 있었기에 진정한 축복이고, 한 사회의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는 점에서 희망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제 촛불 시민들은 대통령 선거에 나온 각 당의 후보자들에 대하여 다시 한 번 냉정하게 심판할 것이다. 진정한 과거 청산이 무엇인지, 새로운 미래를 향한 노선은 무엇인지, 이를 누가, 어느 당이, 어떤 정치 세력이 구체적으로 실행할 책임과 능력을 보여주는지. 그리고 그 이후로도 한국 시민들은 과거-현재-미래가 중첩된 시간 속에서 제기되는 정치 과제에 계속 응답해 나갈 것이다.

[2017.04.03,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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