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소추 피청구인 박근혜는 ‘탄핵 사유가 없으며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것이 없다’고 24쪽 짜리 애매한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고 한다. 언론에 보도된 구체적 근거나 논지도 알려진 게 거의 없다.
참으로 불행의 늪으로 점점 빠져들고 있는 정치인 박근혜, 안타깝다. 기껏해야 김진태가 거리에 나와서 궁지에 몰린 친박을 대표해서, ‘대통령의 직권남용’은 중대한 범죄가 아니라서 탄핵이 기각될 거라고 호도하는 게 전부인 것 같다.
내 의견은 “대통령의 경우는 직권남용 그것 하나만으로도 중대한 범죄다”이다. 대통령이기에 직권남용의 범죄는 한층 심각하게 인정되어야 한다. “박근혜는 직권을 남용해서 무엇을 했는가?”
이미 검찰 수사에서 밝혀진 대로, 기업들에게 기부를 강요하고, 그 혜택을 일개 민간인이자 절친이요 사실상의 재단 소유자이자 재산 관리인 최순실을 통해 주변 그룹들에게 나눠갖도록 했고, 각종 국정기밀 문서들을 공유하면서, 정부 공직자들을 종 부리듯 지시한 게 바로 박근혜 권력 남용과 부패 및 최순실 국정 농단의 내용이다.
그 외에도 외교안보 정책 개입 의혹, 국가 재난 사태인 세월호 참사에 대한 뻔뻔하고 무책임한 직무 유기 행위 등등 이미 박근혜 책임하의 현 정부는 법률적, 도덕적, 정치적 정당성과 신뢰가 완전히 붕괴된 상태이다. 대통령 박근혜에 대한 헌재의 탄핵 인용은 확실하다고 본다.
국무총리가 권한을 대행한다고 하지만, 엊그제 황교안은 마사회 회장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했다. 마사회는 정유라 특혜 비리 혐의가 제기된 곳인데 무엇이 급하다고 권한 대행이 인사권을 남용하는 것일까? 박근혜의 대통령 직무 수행 정지 상태에서, 본인 아버지 박정희를 위한 헌정본 국정 교과서도 강행하겠다는 교육부총리의 태도, 평창올림픽과 장시호 이권 개입 관계도 밝혀야 하는 마당에, 빚더미에 눌러 앉을 지도 모를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진행시키겠다는 과잉 의지를 표명하는 황교안의 발언 등등. 이미 현 정부 내각은 현 시점에서 국민들의 분노와 요구를 사실상 무시하거나 집행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은 대통령 선거를 위한 중립 내각을 구성하고 내각이 총사퇴해야 할 시점이다. 야당과 시민사회가 진정성 있게 소통하고 협의하여, 중립 내각이 차기 대통령 선거를 철저히 공정하게 관리하고 그 내각의 총리가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할 국정 과제들을 사안별로 정리하도록 준비해야 한다.
최대한 빨리 내년 1월 말까지 헌재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릴 경우까지 대비한다면, 황교안 권한 대행 체제는 길어야 1월 말 이전에 해소되어야 하고, 황교안은 국회와 시민사회가 합의한 중립 내각 인선에 대하여 마지막으로 인준하고 물러나면 된다. 만약 이러한 중립 내각을 현 권한 대행 체제가 거부한다면, 야당은 시민사회와 함께 구성한 중립 내각을 발표하고 향후 이뤄질 개혁 과제들을 천명하면서 내각 총사퇴를 계속 요구하고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대통령 탄핵시 권한대행은 누가 어떻게 한다는 그 조문 자체에 대한 기계적인 해석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지금은 바로 그 헌법과 법률의 출처와 기원이 국가를 구성하는 주권자 개개인에게서 나온다는 대명제가 전면에 부상한 시기이며, 수백만 촛불의 민심이 국회의 탄핵 가결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 기본 대명제가 역사적 효력을 발동했기 때문이다.
중립 내각 체제하에 각 정당에 요구하는 의제:
1.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결선 투표 도입, 만 18세 이상부터 선거권 부여
: 단순히 과반수 이상을 득표한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는 논리가 아니다. 여러 정당의 후보들이 박근혜-최순실 국정 붕괴 범죄 이후, 과거 청산과 체제 개혁을 위해 대안을 내놓고 경쟁하도록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야권 후보 단일화라는 프레임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결선투표 과정에서 행정부 수반에 대한 민주적 견제와 통제 가능성을 더 높이는 방안들도 토론되어야 한다.
또한 한국사회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서도, 촛불 집회에서 나타난 청소년들의 높은 정치 의식과 민심을 세계 추세에 맞춰 반영해야 한다.
2. 국정 교과서 파문 사태 정리 및 교과서 발행에 관한 대체 입법안 마련
: 교육 현장에서 이미 거부되어버린 수준 낮은 국정교과서는 이제 더 이상 추진해서는 안 되고, 이는 학문의 수준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국제 추세에 맞지 않는 퇴행이다. 법으로 방지해야 한다.
3. 재벌과 권력 유착 고리를 끊기 위한 진상 규명과 입법 조치
: 이번 미르재단-K스포츠 재단과 삼성, SK, 롯데 등을 비롯한 대기업 재벌집단의 관계에서도 드러나듯이, 재벌-권력 거래 관계를 특검을 통해 최대한 밝히고, 차기 정권에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재벌경제 해체 조치, 경제 구조 재편 방안을 각 정당과 대선 후보들이 지금부터 제시해야 한다.
4. 피해 당사자들의 보편적 인권과 국제적 평화적 이해관계를 완전히 무시한 위안부 합의, 개성공단 일방 폐쇄 조치 되돌리기
: 일본의 전쟁 범죄 행위에 대한 진정한 사죄는 한반도 주변의 평화와 화해를 위해서도, 또 일제강점기에 “피눈물 나는” 고통을 겪었던 당사자들의 인권 회복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것이다. 일방적인 보상금 지급과 ‘과거는 더 이상 묻지말라’는 무책임한 일본 정부의 입장을 규탄해야 한다. 그리고 도산한 개성공단 기업들 생존권을 보장하고, 남북경제협력의 유산을 회복시켜야 한다.
5. 한반도 안보 이익에 위험을 초래할 사드 배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중단
: 중국과 러시아의 사드 배치에 대한 강력한 반대와 보복 조치를 한국 정부가 감당할 능력이 안 된다. 부동산 기업 사장 출신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서 과연 “굳건한 한미동맹”이란 노선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지도 모호하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어떤 실효성이 있는지 검증도 안 될뿐더러, 2차대전 전범 국가 일본이 군사대국의 길로 나가면서 평화헌법도 수정하는 시점에서 대북관계와 대미관계, 대중-대러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기 시작하면, 한반도 대외군사 정책의 입지 구축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것이다. 일본은 한국 군대로부터 주요 정보를 제공 받는 동시에 자신들의 하위 파트너로 삼기 위한 조치를 꾸준히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중립선거내각 구성, 내각 총사퇴, 각 정당과 시민사회의 합의 하에 정국 운영. 세 가지가 필수 과제이다.
[2016.12.17, 2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