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명령을 받들어, 촛불 민심을 받들어 탄핵에 찬성해야 한다”는 발언은 물론 지금 시국에서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단순히 그러한 표현으로 이번 탄핵 표결이 요약되진 못한다.
무엇보다도 박근혜 탄핵의 의미는 대통령의 직위와 권한보다 헌법과 법률이 더 상위에서 지배한다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박근혜의 입이 아닌, 입법부가 제대로 최종 확인하고 선언하는 데 있다. 5년이라는 한시적 대통령 권력을 위임받은 자가 그 권력을 이용하여 ‘국가’라는 명분을 내세워 자의적으로 아무런 짓이나 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는, 지극히 기본적인 헌법 정신과 원리를 온 국민 앞에 확인시킴으로써, 입법부를 구성하는 헌법기관 한 사람 한 사람이 국민주권과 법치주의 원리의 실체임을 스스로 증명해 보이는 것이다.
박근혜에 대한 탄핵을 부결시키겠다는 황당한 국회의원이 있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야말로 스스로 민주적 법치국가의 원리를 부정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일 테니,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정체를 부정하는 그런 자들은 의원직을 사퇴해야만 한다. 법치주의는 권력을 악용하여 정부의 공적 기능을 파괴한 범죄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원리를 지탱하고 제도적으로 보증하는 살아 있는 주권자들의 약속이자 명령이다.
탄핵이 압도적으로 가결됨으로써 모든 시민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민주공화국의 기개가 세계만방에 선포되길 진심으로 기원하는 바이다.
[2016.12.09, 0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