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 광장의 시민들 엄청나게 화 나 있었다

동대문에서 장사하는 아주머니, 자녀들 데리고 나온 초등학교 선생님, 박근혜 찍었다고 잘못했다며 새누리당 쳐부수자는 아저씨, 김장하러 빨리 가야 하는데 한 마디만 하고 가겠다는 어머니, 한국에 견학 왔다가 촛불 집회 꼭 참여하고 싶어서 ‘팍근해, 하야해. 뷰티풀, 언빌리버블 코리아’ 외치는 미국 대학생, 면접 시험 떨어진 청년 백수 젊은이, 세월호 7시간 용서 못하겠다면서 감정에 북받쳐 준비해온 발언도 제대로 잇지 못하던 학생, 박정희는 과거 일이니까 그렇다 치고 박근혜, 김기춘, 최순실은 감옥 보내야 한다고 열 올리는 아저씨. 정말 온갖 부류의 평범한 시민들이 너도 나도 자유발언을 신청하고 그동안 쌓였던 불만을 거침없이 터뜨리다. 게다가 박근혜 찍었다가 배신감 느낀 시민들은 그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듯했다.

“이제 더 이상은 이렇게 못 살겠다”고 외치는 수많은 사람들의 요구와 분노가 이미 대세가 되어버렸다고 느꼈다. 언론이나 국회는 자꾸 ‘이번 주 촛불 민심을 주시하자’며 관망하거나 뭔가 기대보려는 속내가 있는지 몰라도, 박근혜는 국정 농단 3년 10개월 동안 너무 많은 국민들에게 상처를 준 죄를 달게 받는 길밖에 없을 것 같다.

지난 한 달 남짓, 전국 곳곳 거리와 광장의 시민들의 요구는 결국 “박근혜 즉각 퇴진, 국회는 즉각 탄핵, 박근혜 정책 즉각 폐기”로 모아졌다. 처음부터 제시되어 누가 이끌어간 구호도 아니고, 온갖 시민들의 마음에 맺힌 응어리를 뚫고 모아진 최소의 정치적 요구이다. 이러한 분노는 오래갈 것 같다. 이 또한 정치적 요구로 나타날 것이다.

11월 26일까지는 그래도 적극 발언하는 사람들과 경청하는 사람들 사이에 발언자와 청중, 주체와 객체 사이의 조심스런 간격도 간혹 있어 보였지만, 어제 12월 3일은 ‘꼭 한마디 해야 겠다’고 나서는 사람들, 여기에 맞장구 치는 사람들, 자유 발언자의 표현도 즉석에서 수정하며 자기 의견 표출하는 사람들… 열기가 매우 드높아졌다. 거리 행진을 하면서 “박근혜는 퇴진하라” “박근혜를 구속하라” 외치며 엄마 아빠 손잡고 가는 어린이들 목소리를 듣자니, 정말 ‘나는 잘못한 것이 없다’는 박근혜의 뻔뻔함은 심판날이 가까이 왔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2016.12.04,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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