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3차 담화: 끝까지 국민에 대한 예의를 저버리다

“친박들의 최후 몸부림, 결사 저항, 끝까지 가보자” 이런 것 이상이 아니라고 파악했다. 어제 어처구니 없는 친박 핵심들이 “명예로운 퇴진”을 건의하겠다고 했을 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었다.

“너희부터 의원직 사퇴하고 정계 은퇴하는 게 명예로운 퇴진이다.”

11월 29일 박근혜의 3차 담화는 법률적 피의자의 첫 방어전, 개헌 논의의 재점화, 그리고 탄핵에 대한 강력한 저항이다.

“나는 법적으로 잘못한 것이 없고, 공익 재단을 위한 사업이라고 믿었는데, 믿는 도끼 최순실한테 사실 발등 찍힌 것이다. 그래도 측근 관리를 잘못한 책임으로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그렇게까지 한달 내내 사임하라고 압력을 넣는다면,

1. ‘임기단축’을 비롯한 ‘진퇴’는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해서 일정을 정하면 맞추겠다.
2. ‘안정적 정권 이양’을 위한 ‘법적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
3. 이번 사건에 대한 경위는 가까운 시일 내에 소상히 말씀드리겠다.”

박근혜는 순발력과 판단력과 언변은 떨어지나, 위기에 처하면 신중한 단어를 골라 간단하게 말하는 데 익숙하다.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고, 한 가지 더 보태면, 상당히 투쟁적인 심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 투쟁은 소극적으로는 불안에 대한 반발이고, 적극적으로는 정적들에 대해 낙인 찍고 제거하는 것이다. 한나라당 천막당사 투쟁, 국가보안법과 사학법 개정 반대 투쟁, 국정교과서 밀어붙이기, 개성공단 폐쇄, 악재 속의 선거 승리, 이런 결과들에는 박근혜의 투쟁적 결단, 간결 명확한 것처럼 들리지만 정치인으로서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모호한 발언으로 분란을 조성하는 전술도 크게 한몫했다.

사임하겠다는 대통령이 임기단축, 진퇴 이런 단어를 사용했다. 안정정 정권 이양, ‘법적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는 것 역시도 ‘대통령직에서 사임’이란 용어와 같이 갈 수 없는 것이다. 결국 개헌을 통해 합법적으로(최소한 국회의 개헌 일정 약속이라도 받아내고 정치적 합의가 끝나면 임기 후를 보장받고서) 물러나겠다는 것이고, 그 논의는 국회가 진행하라는 것이다. 결국 다시 한 달 전으로 국회 연설로 돌아간 셈이니, 순환 어법으로 박근혜-최순실 범죄 국면을 어떻게든 모면하려는 최후의 결사 저항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마 앞으로도 4차, 5차 담화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고, 그것은 마치 대국민 담화문이 아닌 대국민 탄원서(나는 억울하다의 다양한 버전)일 가능성이 크다.

결국 박근혜는 반성을 모르는 정치인의 대표적 표상이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이명박 대통령 후보자를 두고서 “사람은 살아온 대로 살게 되어 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박근혜에게는 더더욱 들어맞는 말이다. 권력을 쥔 자들은 더더욱 “살아온 대로 살게 되어 있고” 결코 변하지 않는다. 다만 수많은 주권자 국민의 압력과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거나(진: 나아갈 進) 아니면 떠밀려 후퇴하다가(퇴:물러설 退) 그 끝을 맞을 따름이다.

결국 하야는 없다는 것이고, 탄핵만이 남았다. 2일에(아무리 늦어도 9일에) 탄핵소추안에 대한 표결이 진행되어 피의자 박근혜의 대통령 권한 행사를 정지시키는 것이 주권자에 대한 책임 정치의 이행이다. 대통령직은 국무총리가 대행하는 것이고, 탄핵이 인용되면 60일 이내에 선거를 치르게 되어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게 되어 있다. 이는 대통령의 직무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헌법적 근거이다. 따라서 ‘헌정 중단’이니 뭐니 하는 용어를 더 이상 남발하는 세력이 있다면, 걔네들도 쫓아내야 한다. 박정희 쿠데타와 유신종신집권 기도, 전두환 신군부 쿠데타 이런 게 여태껏 대한민국 역사의 헌정 중단이었을 따름이다.

만에 하나 비박계의 이탈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고 부결된다고 가정하면, 결국 새누리당의 분당과 해체는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탄핵 부결 이후에 되돌아올 주권자 시민들의 분노와 압력의 크기가 더 강력하고 집중된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단순히 촛불 200만, 300만이라는 숫자로는 환원되지 않을, 새로운 차원의 압력을 정치적, 윤리적 토대가 거의 붕괴된 새누리당이 견뎌낼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박근혜 이후 무엇을 할 것인지를 중심으로 야당의 책임과 능력을 시험하는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탄핵, 특검 및 국정조사를 통한 진상 규명, 시민들의 능동적 정치 개입이라는 세 가지가 상호작용하면서 더 한층 압력이 높아지면 결국 박근혜는 버틸 수가 없게 되어 있다.

[2016.11.30,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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