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 과연 하늘이 민심을 일으켜 권력집단을 통렬하게 심판했다.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지만, 지난 8년 동안 쌓였던 시간의 무게가 폭발한 것이라고 보고 싶다. 그러나 이후가 훨씬 더 중요하다.
박근혜 정부는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외쳤지만, 이제 그 말을 되돌려줄 때가 되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8년간 벌여놓은 “비정상화된 국가시스템을 정상화”하도록 의회정치가 부활하길 바라고 또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 이미 벌어진, 있어서는 안 되었을 사태들에 대해 기존 거대 양당과 국민의당, 진보정당을 대표하는 정의당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다음과 같은 과제가 일단 가장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통한 사회안전시스템 공고화.
2. 역사 서술의 다양성을 파괴함으로써 교육의 자율성, 국가적 자산인 학문 경쟁력과 수준을 20세기로 돌려버릴 국정교과서 폐지.
3. 개혁 대상인 국정원의 권한을 오히려 집중시켜버림으로써 시민의 자유와 사생활을 침해하고 민주적 정치 참여를 통제하게 만들 테러방지법 폐지.
4. 보건의료체계 문제점 개선과 공공성 확대(메르스 사태), 그리고 원전 안전 대책과 대체 에너지 정책 확립.
5. 파탄에 이른 남북관계 복원과 평화체제 정착을 위한 돌파구 마련.
위 다섯 가지는 적어도 그동안 정치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벌어져서도 안 될 사태였거나, 이미 사회적 의제로 자리 잡혀 대책이 나왔어야 하는 것들이다. ‘경제민주화’니 ‘청년 일자리’니 하는 막연한 모토는 많은 쟁점과 토론을 중심으로 지금보다 더 구체화시켜야만 하고, 당장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정의당이 진보정당을 대표하는 선수로서 20대 국회에서 활약하고 싶다면, 역설적이지만 ‘의회정치’ 함몰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다양한 지역, 계급, 계층에 속한 사람들의 요구와 의견을 적극적으로 조사하고 지역 의제들과 전 사회적 의제를 개발하고, 정책 역량을 발휘해 나가야 성공할 수 있다.
이번 선거는 진보정당에 대하여 스스로 반성하라는 신호이다. 민주노동당 10석 –>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분당 –> 19대 총선을 위해 참여계와 급조한 통합진보당 13석 –> 그 한계와 자기 분열로 인한 재분당 —> 통합진보당 해산 –> 정의당의 지지부진, 그리고 20대 총선 6석. 솔직히 이번에 정의당/녹색당/민중연합당 어디를 찍어야 할지 선거 하루 전날까지 고민했다. 진보정당이야말로 무엇이 진보정치인지 고민하고 연구하고 자기 각성하길 바라는 바다.
물론 일반 시민들도 새누리당이 찌그러들었다는 결과에 안주한 채 언론이 내보내는 의회정치, 정치공학 리그만 구경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더욱 전문화되고 20대 국회가 19대 때처럼 정부의 일방적인 청부입법기관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역시 의제를 개발하고 감시하고 견제하고 비판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여 더민주당, 정의당, 국민의당, 시민사회, 여러 진보정당운동 단체들이 상호 경쟁하면서 내용 있고 기반이 튼튼한 정권 교체를 이뤄야만 한다.
[2016.04.18. 2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