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일주일 남은 선거운동 기간, 4월 13일은 구도가 판명날 것이다. 먹고살기 팍팍하여 각 당의 정책 자료집을 일일이 검토할 시간이 없는 상태에서, 유권자에게 배포된 각 정당 정책 팸플릿을 참조하여 그동안 관찰하고 경험해온 각 정당들에 대한 나름의 평가 기준을 표명함. 무엇보다 이번 선거에서 후보 또는 정당을 선택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가치 서열을 순서대로 매겨보았다.
역사성 > 개혁성> 당내 민주주의(의견 전달 통로) > 정책과 비전 현실성 > 정치 행태 진정성
역사성: 최소한 1980년 광주항쟁 이래 전개된 민주화운동을 계승하여 1987년 헌법체제로 수렴된 현 정치체제에서 과연 어느 정당이 민주주의 심화 발전, 경제불평등 해소,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을 실현하는 데 가장 적임자로 나서야 하는가 하는 역사적 당위성
정당별 선호도: 진보정당(정의당 > 녹색당 > 민중연합당) > 더민주 > 국민의당 > 새누리
개혁성: 한국형 신자유주의 경제가 파괴한 삶의 환경, 그리고 현재 제기되는 지구적 과제에 대응하여, 정당의 구성원들이 얼마만큼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을 균형, 평등, 정의의 가치에 따라 끌어올리고 싸우고 일할 수 있을지 의지, 책임성, 윤리적 토대 등을 평가해보았다.
정당별 선호도: 진보정당(녹색당 > 민중연합당 > 정의당) > 더민주 > 국민의당 > 새누리
당내 민주주의(의견 전달 통로): 한국사회 민주시민 개개인을 정치 서비스의 대상으로 전락시키지 않고 참여와 협동의 모델을 창출할 가능성
정당별 선호도: 진보정당(녹색당 > 정의당 > 민중연합당) > 더민주 > 국민의당=새누리
정책과 비전의 현실성: 의회 임기 4년이란 시기를 감안했을 때, 정책의 긴급성과 실효성 면에서 실천 능력이 담보될 수 있는 정책, 인물, 자원, 의제 표출 능력
정당별 선호도: 더민주 > 진보정당(녹색당 > 정의당 > 민중연합당) > 새누리=국민의당
정치 행태 진정성: 최소한 2012년 19대 총선 이후 각 당이 펼쳤던 활동을 언론이나 기타 자료나 경험 등을 근거로 평가했을 때, 어느 당이 이번 4.13 총선에서 자신의 기반에 걸맞는 정책과 대외 발언들을 내보내고 있는지 판단했다.
정당별 선호도: 진보정당(녹색당 > 정의당 = 민중연합당) > 더민주 > 새누리=국민의당
II.
그동안 언론에 발표된 여론조사와 여러 뉴스들을 통틀어 이른바 지지율 3대 정당으로 거론되는 새누리, 더민주, 국민의당 정책 팸플릿을 평가해보았다.
새누리: 양극화 해소, 민주주의 후퇴, 한반도 평화와 안보 면에서 긴급한 의제들에 대한 공약이 눈에 띄지 않으며, 그나마 내세운 공약들의 실효성도 낮아 보였다.
– 중년 40~50대 자기 개발 기회(? 자유학기제: 중년 휴가, 창업지원, 봉사활동): 가장 일자리 불안에 시달리는 세대이자 빡세게 일하는 가장들에게 호소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 마더센터 운영: 육아공간 마련(어디에?), 보육돌봄서비스 통합, 엄마 도우미 가정방문, 10년간 은행 수만큼 설치(왜 하필이면 은행 수만큼인지 모르겠음. 은행에 설치한다는 뜻이지)
– 갑을 개혁: 이미 언론에서 수차례 언급된 것들 항목별로 조정하고 정리한 듯(국회의원 의회 활동비 감사?, 재벌 갑질 예방, 혁신기업 지정하여 지원, 최저빈곤 해결)
– 청년독립: 3년 중소기업 근무하고 월 10만 원씩 입금하면 국가매칭펀드로 3년 후 1천 만 원 지급. 실효성 의심 –> 중소기업 신입사원 월평균 급여가 최소 200만 원이라고 가정하고 아껴쓰고 모아 월 30만 원을 혼자서 적금 부어도 3년 후면 1천만 원 이상 모을 듯.
청년과 강소기업 동반성장 프로젝트(어떻게?), 청년 스튜디오 설립하여 창업 일괄 지원(어떻게, 무슨 돈으로?). –> 지금 청년들이 낭만적으로 꿈을 먹고 살 수 있는 시절이 아님. 현실과 부딪혀 해결할 문제들이 매우 많음(결혼, 안정된 직장, 부모 빚 학자금 갚기, 질 낮은 대학교육 계속 보충 등)
– 일자리 규제 개혁: 한마디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빨리 통과시켜서 규제 완화하고 공공부문에 시장원리 도입하겠다는 이야기로 들림. 문제 많은 법(의료산업 서비스 분야로 포함시켜)이라 통과 안 된 것을 또 법안 통과 호소하고 있는 듯.
결론: 새누리당은 공천 권력투쟁하느라 긴급성도 실효성도 정책 수단도 의심스러운 공약을 그냥 포장해서 내보냈으니, 이번 선거에 정치공학 말고 거의 준비한 게 없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냄.
더민주: 그나마 몇 가지 핵심 포인트의 맥락을 간명하게 정리한 것으로 보임.
– 주택 문제: 국민연금기금 공공투자로 공공임대주택과 보육시설 확대(연령과 계층에 맞추어 임대아파트 공급, 국공립 보육시설 30% 확충)
– 청년 일자리 70만 개 창출(갯수는 의심스러우나): 청년 구직활동비(60만 원x6개월), 더 좋은 공공일자리 확대, 노동시간 단축, 고용의무할당제 등을 수단으로
-가계부채 대책: 소액(1천만 원) 10년 이상 연체 채권에 대한 저소득 저신용 서민의 부채 면제, 소멸된 ‘죽은 채권’에 대한 관리 강화, 개인 회생 절차 단축
–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선: 소득 없는 재산에 부과되는 문제, 성별/연령/자동차 등과 같은 불합리한 기준 폐지, 모든 소득(양도/상속/증여)에 합리적 기준 부과
– 교육 현안: 5세까지 무상보육, 교육 국가책임제(어떻게?), 고교서열화 문제 해소, 학교 노후 시설 개선(교육 환경), 대학등록금 최대 200만 원까지 새액 공제 및 환급
결론: 경제민주화를 트레이드 마크로 내건 당으로서 스케일이 작아 보이고 개혁성 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나 일단 유권자들이 주목할 만한 지점을 강조하고는 있다. 그나마 3당 가운데는 가장 구체성이 있는 듯.
국민의당: 오로지 기득권 정당 타파하고 낡은 정치를 새정치로 바꾸겠다는 추상적 구호만 나부낌.
역시 안철수 대표의 탈당 이후 당이 급조되는 과정에서 총선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남. 시간이 없어서 그렇다는 것은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라서 봐달라는 뜻. 안철수 정치 데뷔 후 5년 내내 반복 발언했던 내용을 몇 가지 추리고 정리하고 첨가함.
비례대표로 내세운 간판급 후보들: 이른바 ‘성공한’ 중산층 이상으로 계층 상승 욕망이 투사된 인물들을 내세움. 향후 정당 진로가 의심됨.
진보정당들(정의당, 녹색당, 민중연합당, 노동당):
모두 최저임금 1만 원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정의당의 경우 김종대 비례대표 2번 후보의 국방개혁 의제가 기존 정당들에 비추어 차별성이 부각된 것으로 보임.
녹색당의 경우, 그동안 눈에 띄지 않게 나름대로 꾸준히 활동한 의제들을 장기적인 과제이긴 해도 나름대로 시대적 추세에 맞게 맥락을 짚어준 것으로 보임. 현실적 정책 수단 개발과 지역 차원의 뿌리 내림 활동가 양성이 더욱 필요할 듯.
민중연합당은 비례대표 1번의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 경력과 의지가 강조됨.
녹색당과 노동당의 경우 기본소득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실현 가능성이 있을지 의문임.
III.
이번 4월 13일 20대 총선의 목표:
내치와 외치 모두 무능하고 민주주의 사회 기본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갉아먹고 있는 집권 여당의 과반석을 무너뜨리는 것을 최대 목표로 하여, 정권 교체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이자 바람이다.
언제까지 야권단일화에 의존할 것이냐는 씁쓸한 자문을 하게 되지만, 현행 소선구제하에서 이명박-박근혜 8년 동안 무지막지하게 파괴된 시민들의 삶의 환경을 복구하고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기 위해서는 힘을 모을 수밖에 없다.
마지막까지 당선 가능한 야당 후보를 중심으로 야당들이 연대하고, 각 개인들의 기준에 따라 현명한 정당 투표에 한 표 던지기를. 특히 20~30세대들의 강력한 표심이 안개 정국을 거두고 물줄기를 터뜨리기를 또한 바라는 바임.
[2016.04.05, 2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