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감시, 과연 이대로 좋은가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이 NSA의 도감청 실태를 고발한 이후, 통신수단을 통한 국가의 시민권 침해 문제가 세계적 의제로 떠올랐다.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세지자 최근 미국 의회는 문제가 되고 있는 애국법(Patriot Act)을 폐기하고 이른바 미국자유법(USA Freedom Act)으로 대체한 바 있다. 결국 이 대체 입법의 유예 기간이 지남에 따라 2015년 11월 29일 이후로는 미국에서는 영장에 따른 감청만이 허용된다. 미국은 인터넷 기술의 총본산이요, 세계 최대의 군사국으로서 최근 몇 년에 걸쳐 휘말린 중동 분쟁과 시리아 내전의 늪에서 출구를 모색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그래도 최소한 미국의 민주주의는 의회가 이러한 조치를 결정하여 시행할 수 있는 토대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참조: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5/11/29/0200000000AKR20151129000300071.HTML).


아울러 지난 10월 6일에는 유럽사법재판소가 ‘세이프 하버(Safe Harbour) 협정’에 관해 무효 판결을 내렸다. 세이프 하버 협정이란 유럽연합과 미국 간의 협정으로서 구글, 페이스북 같은 인터넷 기업들이 자신들의 해외지사를 통해 유럽의 인터넷 이용자 개인의 정보를 우회적으로 자국 서버로 전송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인데, 오스트리아의 시민 막시밀리안 슈렘스는 이 협정이 유럽 시민의 개인정보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정을 제기했고 이를 계기로 유럽사법재판소는 세이프 하버 협정이 개별국가의 개인정보감독기구의 권한을 침해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참조: http://act.jinbo.net/drupal/node/9034).

이제 한국으로 돌아와서, 얼마 전 유엔 시민적 정치적 권리규약 위원회(UN Human Rights Committee, 자유권위원회)는 한국의 자유권 실태에 대한 심사 결과를 통보하면서, 통신기지국의 정보를 무차별로 수집하여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다분한 기지국 수사 관행에 대하여 보호수단을 강화해야 하며, 아울러 이러한 방식의 수사에 대한 감시기제를 도입하고 영장에 의거하여서만 이용자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참조: http://act.jinbo.net/drupal/node/9050).


위의 결정 사례는 인터넷을 비롯한 통신수단 사용의 보편적 권리와 관련해서, 시민들의 자유로운 의사소통과 민주주의 가치 실현의 현대적 추세에 응답하는 문제의식의 집약이고 반영이다. 디지털 시공간에서 국가와 시민의 관계를 규율하기 위한 핵심 의제의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논의 중인 이른바 테러방지법안의 맥락은 이러한 세계적 흐름 속에 있어야 할 한국적 상황과는 동떨어진 것으로서(시민단체의 비판 참조: http://act.jinbo.net/drupal/node/9060), 이미 논란 속에 폐기되어 구석에 잠자고 있던 법안에 몇 가지 수정 사항을 넣어 통과시킨다고 한들, 결과적으로는 국가의 시민 감시 권한을 강화하는 결과밖에 나올 것이 없다. 한국 사회 민주주의의 진전에 또 한 번 걸림돌이 될 것이다. 세계 최고 인터넷망 속도를 자랑한다는 이 사회의 한 시민으로서 나 역시도 당연히 이 법안에 강력히 반대하는 바이다.

절차적 민주성마저 아무렇지 않게 무시하고 집회의 자유마저 경찰이 개입하고 있는 이 어처구니 없는 오늘을 살아가면서, 다시 한 번 되물을 수밖에 없다. 지난 십수년간 경찰, 검찰, 국정원 등이 확보해온 막강한 수사 방법들과 감시 수단들의 인권 침해 요소들, 그럼에도 해외에서 일어나는 불안과 충격의 사태를 국내까지 끌고 들어와 그 권력을 더더욱 강화하는 계기로 삼는 것.

민주주의는 교과서에만 실려 있는 것이 아니라, 당장 겪고 있는 삶의 현장 속에서 많은 훈련과 실천과 각성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절절히 느끼는 2015년 12월의 오늘이다.

[2015.12.03, 00:19]

댓글:

  1. 민들레홀씨 2015/12/22 18:17 미국식 의회주의라뇨? 미국에는 진보정당도 노동자당도 공산당도 없는데 의회의 결정에 대해서 굴종하라면 도대체 무얼 바라고 글을 쓰셨나요? 미국에서 비판적 시민운동은 오직 녹색당 뿐인데 도대체 반(半)의회정당 녹색당으로 어떻게 전세계 노동자계급을 바꿀 수 있다고 보십니까? 노동자운동 떠난 외톨박이 시민운동으로는 그 어떠한 민주주의조차도 쟁취할 수 없다는 것을 밝히세요!!
  2. 2016/01/22 19:44 솔방울 정확히 어떤 부분을 비판하시는 건지 불분명하네요, 민들레홀씨님. 위 글은 의회가 잘못된 결정을 하지 않도록 촉구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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