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견한 노래 한 곡 듣다. 정경화의 목소리와 신촌블루스의 연주음이 오묘한 밀당을 이뤄낸 게 절실하게 다가온다. 1989년에 나온 신촌블루스 라이브 음반이라는데, 그러면 벌써 세월이 26년여 흘렀단 말인가. 가사는 무척이나 단순하지만 깊이 공감하는 바이다.
비 맞는 그 순간, 그 저녁의 그 광경을 묘하게 포착하고 있다. 굵직한 블루스 리듬에 짙은 목소리 연주가 혼합되고, 중간에 흘러 나오는 고전 물리학적인 신디사이저의 음색이 딱 그 비 맞는 순간의 정서와 시간에 밀착해버린 것 같다.
가사인즉,
비 오는 어느 저녁/ 골목길 거닐다/ 낯설은 담벼락 기대어/ 빗소리 듣고 있었네, 으음--/ 축축히 젖어드는/ 내 품에 너는 안겨/ 희미한 가로등 불빛 새로/ 빗줄기 바라보면서/ 아-- 하----- 내리는 비야/ 멈추지 말아다오/ 내 마음 흠뻑 적셔다오/ 어디서 들려오나/ 흥겨운 옛 노래/ 쓸쓸한 내 마음 달래주는/ 그리운 내 노래여
감정에 매몰되버리지 않고, 감정을 객관화하여 관조함으로써 대상으로 만들어버리면, 정말 작품이 되는 것 같다. 신촌블루스, 드문 연주자들과 보컬을 소유했던 것 같다. <아쉬움>도 선율이나 가사, 보컬과 연주가 인상 깊이 박혔던 노래다. 또 다른 여성 보컬과 엄인호의 독특한 무대 매너, 연주가 와닿는다.
[2015.11.23, 2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