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그나마 제정신을 갖고 있는 민주공화국의 정당인지 여부는 본회의에 재의된 국회법 개정안 표결에 참여하느냐 여부에 있다고 본다.
의회 스스로 위헌 요소를 최종 검토하여 통과시켰는데, 대통령이 거부하는 논리는 그대로 위헌이라는 것이고 삼권분립 침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입법, 행정, 사법 세 분야가 견제와 균형이라는 헌법의 원리에 따라 법률을 근거로 통치를 실현해 나가는 게 민주공화국의 기본 이치고 그 과정은 당연히 갈등의 조정과 타협을 거치게 되어 있다.
국회 본연의 임무인 입법권의 실현을 위해, 그동안 제기된 시행령의 법률 위임 범위 이탈 문제를 놓고 개정된 안에 대해, 행정부의 수반이 국회의 민생법안(?) 장기 계류 문제를 거꾸로 문제 삼으며, 모호하고 자의적 해석 요소가 다분한 정치 신념과 논리로 거부권을 행사했다면, 당연히 이에 대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은 분명한 의사를 밝힐 수 있어야 한다.
김무성 대표도 한때는 YS 근처에서 민주화 투쟁도 했고, 유승민 원내대표 또한 87년 이후 민주화의 세례 속에 연면히 이어진 한국 보수 정치(YS-DJ의 유산, 그리고 한때 개혁 대쪽 총리 이회창 계열)의 일정한 흐름 속에 정치 무대에 등장한 인물이다. 또한 한국 민주화운동의 세례가 없었다면, 유신 종말 이후 박근혜라는 인물이 정치계에 데뷔할 수 있었을까? 이런 문제를 생각할 줄 알았다면, 국무회의에서 정치인 박근혜가 보여준 언사와 태도야말로 자가당착이고 역사의식과 이른바 그 자신이 되뇌어온 국가관의 실종을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본회의에서 새누리당 전원이 퇴장하여 표결에 불참한다면, 이른바 보수를 대표한다고 자처하는 정당으로 자신의 존립 근거를 부정하는 꼴이니, 눈앞의 불똥 피하려다 자기 몸에 불 붙는 것도 모르는 선택이라 할 만하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의 민주주의가 40여 년 전 유신시대로 되돌아가는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민주주의 개념과 헌법 정신에 따라 자신을 제어하면서 행동하는 보수 정치가 존재할 때라야 생산적인 의회 정치가 가능할 것이다. 물론 그러한 보수 정치를 이끌어내는 일을 능력있는 좌파 정치가들도 할 수 있다. 다만 아직 그런 진보 좌파들이 보이지 않을 뿐이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2015.07.06, 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