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이동

덥구나. 기후 변화의 진면목을 해마다 느끼지만, 가끔 도시 공간의 나무나 공원 주변에 나타나는 새들을 보며, 생태계의 변화가 새로운 종의 새들을 불러온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제비는 이미 아주 옛날 이야기가 되어버렸고, 참새보다 까치나 비둘기가 더 많아졌다. 도시에서는 자주 못 보던 까마귀 소리도 심심찮게 들린다.

비둘기는 옛날만큼 귀엽지 않고 어딘가 쫓겨다니며 정말 인간 주변을 배회하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날카로운 부리와 생소하고 곱지않는 깃털, 빠른 비행력을 갖춘 이름 모를 새도 종종 보게 된다. 새들의 이동이 동식물과 공존하며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살던 옛 시절을 되새겨보라며 경고한다는 생각도 든다.

어린 시절 동생과 함께 텔레비전에서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 <새>를 보았던 기억이 있다. 처음에는 무심코 보다가 끝까지 채널을 돌리지 않고 숨죽였던 영화다. 사람에게 대표적인 친화적 동물인 새들이 점점 마을을 공격하는 집단으로 변해가는 공포스런 과정을 잘 그린 영화였다. 영화가 현실과 똑같은 법은 없겠지만 적어도 은유나 환유로서 강한 메세지를 던지는 경우, 그것도 이미지를 통해 그렇게 하는 경우는 오랜 기억을 남긴다.

불안은 다른 존재를 배제하거나 억지로 길들이려고 하고, 그게 서로를 이질적인 타자로 변화시키다가, 공존의 환경을 갉아먹게 된다. 타자에게서 친화적인 우정의 끈을 찾는 게 필요하다.

[2012.07.08, 21:41]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