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은 정말 고귀한가? 눈앞의 현실은 지대로다…

지난 2~3년 사이 거리마다 장소마다 CCTV가 얼마나 늘어났는지 아주 대놓고 사람들을 촬영하는데 놀라 까무러칠 뻔했다. 도대체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첫째가는 원리는 개인의 사생활의 자유이거늘 정말 이러는 거 아니다. 구멍가게 주인들도 무슨 유행처럼 CCTV를 달지 않던가? 심지어 교회나 성당엘 가도 예배 행위가 다 기록되지 않던가. 정말 5~6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다.

또 있다. 성범죄자에 대한 전자 발찌 착용, 더 나아가 약물 투여(화학적 거세)를 합법화하는 데 이렇다 할 사회적 토론도 없이 국회가 통과시킨 것. 민주주의 국가에서 신체의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 것이더냐? 범죄자의 죄질이 아무리 나쁘다 하더라도 신체와 정신의 기능에 아주 손쉬운 방법으로 제한을 가할 수 있는 권능을 국가가 가지고 있는 것일까? 참으로 철학도 없고 인권 감각도 없는 무딘 사회의 수준을 말해주는 것 아닐까?

경찰이 모든 중고교에 형사를 보내 ‘문제 학생’ 명단을 요구했다고 한다. 해당 학생의 정보를 경찰한테 넘긴다면 그 학생의 부모형제는 잠재적 범죄자 자식과 함께 사는 것이요, ‘문제’의 기준도 모호하거니와 교사와 학생 사이의 신뢰는 흔들릴 게 뻔한 거 아닌가?(한겨레 기사 링크) 경찰들도 윗선의 지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명단 파악에 나선단다. 공교육 현장에 왠 경찰 출동? 이런 발상이 있을 수 있다는 것, 그것 자체가 벌써 얼마나 인권 감각이 무디어져 가는지 오늘날의 서글픈 현실을 말해준다.

진보정당, 정권 교체, 그럴듯한 미사여구로 뱉어내는 무수한 정치적 언설들…. 그러면 뭐하는데? 생활에 가장 밀착된 자유부터 좀먹어가고 있는걸. 70~80년대 군사정권 시대가 아니다. 인권의 내용도 다양하고 복잡해지는데, 정말 민감한 정치적 피부를 가지고 세상의 현실과 접촉해야 하지 않을까?

[2012.02.10,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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