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조종자들(The Filter Bubble)』

『생각 조종자들(The Filter Bubble)』, 엘리 프레이저 지음/이현숙·이정태 옮김(알키, 2011)

어느 때부터 구글검색 기능이 예전처럼 풍부하거나 다채롭다는 느낌이 사라졌다. 최근 구글은 개인 정보를 이메일, 유튜브, 구글 플러스 등 각 서비스마다 따로 관리하던 기존 방침을 변경했다. 계정 하나로 통합하고 민감할 수 있는 이용자의 여러 개인 정보와 검색 성향, 관심사 등을 활용해서 수집한 막강한 데이터베이스 연산 능력을 통해 개인에게 최적화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최적화’라는 것을 구글은 어떻게 파악한다는 것일까? 물론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이용자의 심리와 웹 행동양식의 추적을 통해 온갖 경우의 수를 수학적으로 정확하게 계산해서 판단할 것이다.

예전처럼 인터넷이 자유자재로 이것도 만나도 저것도 만나는 가능성의 공간이 되기보다는 좁고 예정된 루트를 따라가야 하는 자기만의 공간, 그것도 거대 기업이 제공하는 웹 정체성에 따라 행동해야 하는 시대가 올는지도 모른다. 이 책의 제목 ‘생각 조종자들’은 한국의 출판사에서 뽑은 것이고 원제는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다. 온라인 정보 거름(필터 기능)을 통해 ‘쓸데없는’ 정보는 사라지고 이용자 개인의 관심사와 밀착된 정보를 좁게 제공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페이스북의 각종 링크나 ‘좋아요’ 기능도 자기만의 수동적 관심사 중심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그 세계’에 애착을 갖게 만든다고 한다.

또한 ‘증강 현실’이란 기술을 통해 오프라인과 온라인 세계의 차이를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좁혀놓는 기술도 이미 발전하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축구 경기장에서 스마트 폰을 켜서 관중 속의 친구를 찾는 동안 근처 건물에 자신의 이름과 얼굴이 나오는 콜라 광고까지 비추어주고, 애인이나 배우자 찾는 방법까지 딱 들어맞게 정해주는 정교한 인지 기능을 갖춘 프로그램이 등장하는 시대가 가까이 온 것이다. 그 밖에도 수많은 알고리즘을 통해 프로그램 개발자 스스로도 어떻게 손을 댈 수 없을 만큼 정보의 연결망 체계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웹 정체성은 인간 나 자신인가? 한 사람의 의지와 영혼이 광고회사와 언론사와 데이터베이스 기업의 통계화된 추측에 지배당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럴 수 있다는 유추나 확신은 계속 실험될 것이다. 그러나 영원토록 그런 세계는 오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웹 환경이 결국 좋아진다고 낙관만 하고 앉아 소극적 사용자로 머물 수는 없다. 거대 기관과 소수의 정보 권력자들이 목적 달성을 위해 실험하는 동안 현실은 어느 정도 변경되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원칙이나 습관이 필요하다. ‘좋아요’ ‘싫어요’ ‘동의’ 같은 것을 클릭하는 것보다 모니터 바깥에서 내용 전반을 투시하고 자기 개념화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할 것이다.

필터링된 화면을 벗어나 생활 감각에서 얻은 통찰은 제아무리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려고 해도 저장이 안 되는 영역이다. 어떤 사람이 과거에 무엇을 했고 현재는 이렇게 행동하므로 앞으로는 어떠할 것이다 라는 단순 공식은 그 사람의 선택과 결정을 지배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인간이 시간을 지배할 수 있다고 착각을 하는 순간부터 시간은 인간의 손에서 더욱 벗어나버리기 때문이다.

[20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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