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중현이 쓴 곡 <님아>의 리듬과 가사에서는, 절제된 듯 반복되는 단순 또렷한 기타 음, 당대의 최고 걸그룹이라 할 배인숙·배인순 두 자매의 탁월한 곡 소화 능력이 절묘하게 만난다. 신중현은 반복적인 노래 가사에 매력적인 리듬을 결합해내는 탁월한 장인이다.

펄 시스터즈의 목소리로 <님아> 가사를 들어보면 (여기 클릭)
멀리 떠난 내님아 언제나 돌아오려나
나의 사랑 내님아 언제나 돌아오려나
둥근 달이 떠오르고 또다시 기울어가도
한번 떠난 내 님은 또다시 돌아오지 않네
봄이 가고 푸른 잎에 낙엽이 지고 또 지고
온다 하던 그 날은 수없이 지나가 버렸네
젊은 날의 내 청춘도 지나가 버렸건만은
변함없는 내 사랑은 오늘도 기다려지네
지난날 그가 말했듯이 그날을 잊지 말아요
그날을 기다려줘요
(반복)
님아 님아 님아 님아 님아 님아
반복되는 리듬과 심상은 계절 변화와 사랑의 설렘, 변치 않는 염원 등을 배분하면서 귓가에 쟁쟁거린다. 이 노래가 명곡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면, 무엇보다 민요적 정서와 절제된 리듬이 어우러진 절묘한 반복에 있지 않을는지. 전통과 현대성을 아우르는 신중현의 음악적 기질은 이 노래와 김소월의 <금잔디>를 연결짓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김소월의 시 <금잔디>를 감상해보자.
잔디
잔디
금잔디
심심산천(深深山川)에 붙는 불은
가신 임 무덤가에 금잔디
봄이 왔네, 봄빛이 왔네,
버드나무 끝에도 실가지에
봄빛이 왔네, 봄날이 왔네.
심심산천에도 금잔디에

심심산천에 불붙는 잔디의 이미지는, 약동하는 봄기운과 간절한 기다림이 버티고 있는 작자의 심정을 강하게 암시한다. 멀리 떠난 님을 두고 “봄이 가고 푸른 잎에 낙엽이 지고 또 지고, 온다 하던 그 날은 수없이 지나가 버렸”지만 “변함없는 내 사랑은 오늘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심정처럼.
[2011.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