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수고] 2권, <1장 역사와 문화의 문제>, 1절 지식인

1. 지식인

    – 새로운 지식인 층을 창출하는 문제: 지적 활동과 근육·신경운동의 관계를 새로운 평형으로 변화시키며, 물리적·사회적 체계를 혁신하는 실천적 활동으로서 근육·신경운동 자체가 세계에 대한 새롭고도 총체적인 구상의 바탕이 되도록 보증하는 데 있다.

    – 근대 세계에서는 산업노동과 밀접하게 연관된 기술 교육이 새로운 유형의 지식인을 창출하는 토대를 형성해야 한다.

    – 《오르디네 누오보(Ordine Nuove)》는 새로운 지성주의를 발전시키고 그것의 새로운 개념을 규정하기 위해 노력했다.

    – 새로운 지식인의 존재 양식은 건설자, 조직가, ‘영원한 설복자’로서 실제 생활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데 있다. 이제 사람들은 노동으로서의 기술로부터 과학으로서의 기술로 나아가며, 역사에 대한 인간주의적 구상으로 나아가는데, 바로 이 구상 덕택에 사람들은 더 이상 ‘특수화되어’ 남아 있지 않으며 ‘지도적(전문화되고 정치적인)’으로 된다.

    – 지식인과 생산 세계의 관계는 다양한 수준에서 사회의 전체 구조에 의해, 그리고 지식인이 바로 ‘기능인’으로 되어 있는 복합적인 상부구조에 의해 ‘매개’된다.

    – 두 가지 주요한 상부구조의 ‘수준’: ‘시민사회’라고 불릴 수 있는 것, 즉 흔히 ‘사적’이라고 불리는 유기체들의 총체와 ‘정치사회’ 혹은 ‘국가’로 불릴 수 있는 두 가지다. 이 두 가지 수준은 한편으로는 지배집단이 사회 구석 구석에서 행사하는 ‘헤게모니’ 기능과 국가와 ‘법률상’의 정부를 통해 행사되는 ‘직접적인 지배’나 통치 기능에 조응한다.

    – 지식인은 사회적 헤게모니와 정치적 통치의 하위 기능을 수행하는, 지배집단의 ‘대리인’이다.

    ⇒ 1) 기본적인 지배집단의 사회생활에 부과하는 일반적인 지도에 대한 주민 대다수의 ‘자발적’ 동의: 이러한 동의는 지배집단이 생산 세계에서의 위치와 기능 덕택으로 누리는 위신(그리고 그 결과 얻게 되는 신임)에 의해 ‘역사적으로’ 이루어진다.
    2) 국가기구는 능동적으로든 수동적으로든 ‘동의하지’ 않는 집단을 ‘합법적으로’ 징계하는 강제력을 행사한다. 이러한 국가기구는 자발적 동의를 얻어내는 데 실패했을 때 오는 지배와 지도의 위기의 순간에 대비하여 사회 전체에 걸쳐 구성되어 있다.

    – 문제의 핵심은 모든 기본적인 사회 집단의 유기적 범주로서의 지식인과 전통적 범주로서의 지식인 사이의 구별에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연구할 때 가장 흥미 있는 문제는 정당의 참된 기원과 발전 그리고 형태 등이다.

    1) 어떤 사회 집단을 위한 정당: 반드시 생산적인 기술 분야는 아니지만 정치적이고 철학적인 분야에서 그 자신의 유기적 지식인의 범주를 형성하는 특정한 방법일 뿐이다.
    2) 모든 집단을 위한 정당: 국가가 정치사회에서 보다 종합적이고 보다 대규모적으로 수행하는 것과 동일한 기능을 시민사회에서 수행하는 기구. 그것은 특정한 집단(지배 집단)의 유기적 지식인과 전통적 지식인을 결합시키는 책임을 지고 있다.

    – 정당의 기본적 기능: 자신의 구성 부분들―‘경제적’ 집단으로서 태동하고 발전해 온 사회 집단의 구성원들―을 형성하고, 그들을 자격을 갖춘 정치적 지식인, 지도자(dirigente), 그리고 시민사회와 정치사회 전체의 유기적 발전에 고유한 모든 활동과 기능의 조직가로 바꿔내는 것. 중요한 것은 기능, 지도적이고 조직적인, 즉 교육적이고 지적인 기능이다.

    – 공화정 시대에서 제정 시대까지의 로마에서 지식인의 사회적 지위 조건의 변화(귀족적·자치적인 제도로부터 민주적·관료제적 제도로의 변화)는 케사르에 의한 것이다.

    – 케사르의 제안: ① 로마에 살고 있는 지식인 집단을 양성하여 영원한 지식 범주를 창출할 것. 그들의 영원한 거주가 없이는 아무런 문화단체도 창립될 수 없기 때문.
    ② 로마 제국 주위에서 가장 훌륭한 지식인을 끌어들일 것. 집단적 규모로 중앙집중화 촉진.

    → 이러한 방식으로 로마에 ‘제국의’ 지식인이라는 범주가 대두하게 된다. 그러한 범주는 가톨릭 성직자에 의해 계승되고, 18세기에 이르기까지 이탈리아 지식인의 역사에 ‘코스모폴리타니즘’ 같은 많은 자취를 남겼다.

    – 몇몇 나라에서 지식인의 발전이 보여주는 차이점들

    • 이탈리아: 지식인의 국제적 혹은 코스모폴리타니즘적인 기능은 로마제국 붕괴 이후 1870년까지 반도가 분열된 상태로 남아 있던 것의 원인이자 결과이다.
    • 프랑스: 국민의 정력과 지식인이라는 특수한 범주 간의 조화로운 발전이 완성된 형태로 나타난 사례. 1789년에 새로운 사회 집단이 역사의 무대에서 정치적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것은 자신의 모든 사회적 기능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었으며, 그리하여 나라에 대한 총체적인 지배를 위해 싸울 수 있었다.
    • 영국: 유기적 지식인의 매우 광범위한 범주가 성립했다. 이들은 경제적 집단과 동일한 산업적 지형에서 존재. 그러나 더 높은 차원에서 구 토지 소유 계급이 핵심적인 독점적 지위를 유지. 이들은 경제적 우위는 상실했지만, 오랫동안 정치적·지적 우위를 유지했고 산업가와 결합.
    • 독일: 신성로마제국이라는 전 세계적이고 초국가적인 제도와 이데올로기의 중심지로서, 중세의 국제 도시들에 상당수의 인물들을 보내주었으며, 중세시대의 지역적 분산을 영구화하고 민족적 조직화라는 문제를 가로막아 온 투쟁들을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내적 정력을 고갈시켰다. 융커 계급은 독일 산업가의 전통적 지식인이었으나, 영국보다는 훨씬 ‘생산적인’ 토지에 대해 상당한 경제적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에 근거하여 독립된 사회집단이라는 강한 의식과 특권을 지녔다.
      프러시아의 융커 계급은 성직자적이고 군사적인 신분제도를 닮았으며, 정치사회에 지도적이고 조직적인 기능을 독점. 융커는 대규모로 정립된 군대의 장교 계급을 구성하여 집단정신과 정치적 독점의 유지에 도움이 되는 굳건한 조직적 기간 요원을 공급받았다.
    • 러시아: 노르만인의 경제적·상업적 조직, 비잔틴 그리스인의 종교적 조직, 독일인과 프랑스인의 유럽의 경험이 수동적인 국민적 힘과 더불어 러시아화했다. 훈련되고 진취적인 엘리트는 자기 인민과의 정서적이고 역사적인 유대를 끊지 않고 인민에게 자각을 강요.
    • 미국: 앵글로 색슨 이주민은 영국에서 정치적이고 종교적인 투쟁의 주창자로서, 모국에서는 패배했지만 하층민은 아니었다. 이주민들이 이식한 일정한 수준의 문명과 유럽의 역사적 진화의 특정 단계를 발전시켰고 그 리듬은 구 유럽에서와는 비교할 수 없이 빨랐다.
      서로 다른 민족적 기원을 갖는 이주민에 의해 수입된 서로 다른 형태의 문화를 단일한 국민적 도가니 속에 단일 문화로 결합시킬 필요가 있었다. 단지 두 개의 주요 정당의 존재와 그 반대의 극단에서 종교적 분파의 엄청난 세포 분열 현상은 전통적 지식인의 축적이 결여된 결과이다.
    • 중앙 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반동적 개혁의 결과와 군대의 기생성을 특징으로 하는 16, 17세기의 스페인과 포르투갈 문화의 양상을 보인다. 변화를 거부하는 결정체는 종교와 군대의 신분제도. 대부분의 지식인은 농촌형 지식인. 교회의 수중에 재산이 장악되어 있고 라티푼디움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이들 지식인은 성직자 및 대토지 소유자와 연계.
      쿨투어 캄프(Kulturkampf)와 드레퓌스 재판 같은 상황이 여전히 존재. 즉 세속적이고 부르주아적인 요소가 교권적이고 군사적인 부분의 영향력과 이해를 근대국가의 세속적인 정치에 종속시킬 수 있을 만큼의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 일본: 지식인 범주와 국민적 세력들과의 관계 형성이 영국과 독일 방식을 취하면서 봉건적·관료주의적 외피를 쓰고 발전한 산업적 문명.
    • 중국과 인도: 지식인과 국민을 분리하는 엄청난 격차는 종교적 영역에서도 분명히 존재. 사회의 다양한 계층 특히 성직자, 지식인 그리고 인민 사이에 상이한 신앙의 격차가 극단적인 형태에 도달. 동아시아는 프로테스탄트 나라들, 가톨릭 나라들, 그리스 정교의 나라들에 비하면, 국민의 종교와 책 속의 종교가 동일한 명칭으로 불릴지라도 아무런 관련을 갖지 않는 곳이다.

    출처: 한국어판, 이상훈 역, 1986(제1판), 2006(제5판), 거름 [영문판 원본: Selections from the Prison Notebooks of Antonio Gramsci, (International Publishers, New York, 1971; 1978), translated by Quintin Hoare, Geoffrey Nowell Sm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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